"소프트웨어 대국은 어느 나라인가"

이 물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미국은 지구촌 소프트웨어 세계를 사실상 지배해온 소프트웨어 부문의
"빅 브라더"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부문에서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무게를 숫자로 살펴보면 미국의
위상이 얼마나 확고부동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오랫동안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외쳐 왔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거인앞의 어린아이정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지구촌에서 팔리는 패키지 소프트웨어가운데 4분의 3이 미제소프트웨어다.

연간 시장규모가 1,000억달러로 추정되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은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확대와 맞물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지만 미제의
시잠점유율은 거의 고정돼 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영국과 독일이 미국을 바로 뒤쫓고 있지만
이 두 나라의 시장점유율을 합해도 10%가 채안되는 실정이다.

미국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지배하게 된 요인중 한가지는 컴퓨터 하드웨어
산업에서 찾을수 있다.

미국은 컴퓨터시스템을 발명한 "원조"국가이며 지금도 시스템의 개발및
개량활동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나라다.

미국은 원조국답게 전세계 컴퓨터 처리능력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컴퓨터처리능력은 미국을 뒤쫓고 있는 일본의 7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이같은 두터운 컴퓨터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거대한 내수 단일시장을
가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이 쉽게 번성할수 있는 영업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는 셈이다.

미국에 보급된 퍼스널 컴퓨터는 현재 6,000만대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에서 2번째로 퍼스널 컴퓨터가 많이 보급된 독일의 경우 그 규모가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퍼스널 컴퓨터보급에서도 1, 2위국의
격차는 엄청나다.

벤처 캐피털이 다른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발달돼 있다는 점도 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을 가능케 했다.

세계 최대 장외시장인 나스닥을 통해 벤처 기업들이 주식을 상장시킬수
있었다는 것은 소프트웨어 벤처 캐피털이 번창할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
것이다.

실리콘 밸리같은 첨단산업의 메카가 미국에 뿌리내린 것도 따지고 보면
그 배후엔 나스닥을 중심으로 한 벤처 캐피털의 공급원이 있어 가능했다.

한술 더떠 실리콘 밸리같은 기술의 메카가 미국에 있다는 것이 전세계
다른 컴퓨터업체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미국
소프트웨어업계의 팽창에 가속도를 붙이는 승수효과를 냈다.

또 미국엔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터 관련학과를 자랑하는 대학들이
즐비하다는 강점도 있다.

세계인이 열광하고 있는 인터넷도 미국에서 발원된 것이며 소프트웨어
개발 잠재력을 한층 더 확대시켜 놓았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터넷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을 축소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향후 소프트웨어 산업 재편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이제 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굳이 거대 시장인
미국에 지점을 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인터넷에 자사의 웹사이트를 개설함으로써 미국시장에서 활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소프트업체인 보컬테크는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알고보면 이 회사가 있는 곳은 지중해를 끼고 있는 이스라엘의 도시
헤르츨리아시이다.

세계적인 비디오 소프트웨어업체인 VDO네트와 보안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체크포인트도 이스라엘 회사다.

편집기나 컴퓨터 언어번역기 등 프로그래밍 지원도구로 이름이 난
너론다타는 프랑스회사이며 네트워크업체인 마이크로뮤즈는 영국에 있는
회사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이용,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시장인 미국에서
적극적인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외국 기업들은 아직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인터넷이 아직 지리적인 장벽을 완전히 없애 주지는 못하고 있을 뿐아니라
국제 컴퓨터통신망의 활용도도 그리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미국의 세계 소프트웨어시장 지배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게
컴퓨터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인터넷등으로 인해 독점적 강도는 약간 떨어질수 있겠지만 미국에 견줄만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나라는 찾아볼수 없다는 얘기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5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