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그룹이 이미지 탈색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름 그대로 용트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용트림의 수순은 마인드부터다.

정신이 재무장돼야 쌍용은 영원히 살아남고 "쌍용1백년사 창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때 "2등주의"를 자랑삼아 광고까지 쳤던 쌍용이고 보면 용트림도
"쌍 용트림"에 분명하다.

그러나 쌍용이 용트림에 그치지 않고 승천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많다.

지금 한창 벌리고 있는 자동차사업이 특히 그렇다.

벤츠와의 협력여하에따라 그룹의 명운이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쌍용을 실은 자동차가 "아스팔트"도로를 달릴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비포장길"에서 덜거덕거릴 것인가.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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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 유화선 <부국장대우 / 산업1부장>

-쌍용그룹은 요즘 너무 조용한 것 같습니다.

<> 김실장 =그런 점에서도 쌍용은 역시 쌍용입니다.

기간산업을 지키는 그룹답게 묵묵히 나가고 있지요.

-그래도 비전같은 걸 제시해 놓을 필요는 있겠죠.

<> 김실장 =쌍용의 사업방향은 분명합니다.

기간산업을 지키되 자동차사업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시멘트와 신소재, 에너지 화학, 그리고 자동차등 3대 사업군이 21세기
쌍용의 코어( Core )비즈니스가 된다는 얘기지요.

이 3대 핵심사업군이 한바퀴가 되고 무역.유통,건설.엔지니어링 등
서비스업이 또 다른 바퀴가 되어 21세기 쌍용을 끌어가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기간산업이라야 고작 시멘트 정유사업 아닙니까.

<> 김실장 =시멘트와 정유사업은 사실 "각광받는 사업"(Star Business)은
아니지요.

그러나 누가 뭐라해도 국가 기간산업인 것도 틀림없습니다.

백보를 양보해서 시멘트가 사양산업이고 재래산업이라고 칩시다.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특수시멘트를 쌍용이 개발한다면 21세기 아니라
22세기가 돼도 상관없는 거죠.

꼭 정보통신을 해야하고 첨단산업을 해야 먹고 사는 건 아니지요.

-자동차사업은 어떻습니까.

무척 어렵다는 소리가 많은데.

<> 김실장 =소문과는 다릅니다.

승용차사업도 계획대로 가고 있거든요.

내년 10월쯤 3,200cc 급 승용차가 출하될 테니까요.

아마 이 차가 나오면 대형승용차시장에 돌풍이 일어날 겁니다.

-연간 몇대나 생산할 겁니까.

<> 김실장 =한 5만대 정도.

-5만대로 채산이 맞을까요.

<> 김실장 =생산규모로 기존업체와 경쟁할 생각은 없습니다.

현대 기아와 "맞대결"할 게 아니라 "틈새시장"( Niche Market )을
비집고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대형.고가 승용차로 틈새시장전략을 쓰면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습니다.

-승용차를 만들수 있느냐 없느냐보다 쌍용에 더 중요한 건 벤츠와의
협력관계 아닙니까.

<> 김실장 =두 회사 관계는 무척 좋은 편입니다.

우리가 만든 이스타나와 무쏘만해도 그렇습니다.

벤츠는 그처럼 좋은 차를 그만한 가격대로 생산할 수 없거든요.

벤츠가 우리를 높게 평가할 수 밖에요.

-그런데 왜 벤츠와의 지분확대 협상은 지지부진 한가요.

<> 김실장 =벤츠는 역시 신중한 회사라서 그럴 겁니다.

벤츠는 10%까지 지분확대(현재는 5%)옵션을 갖는 걸로 돼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선에서 협력을 해 올 겁니다.

2~3개월내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렇다면 벤츠와의 협상은 "경영권"문제 겠군요.

50%이상이라도 자본을 댈테니 경영권을 달라는 게 벤츠의 요구 아닙니까.

<> 김실장 =대충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쪽 입장은 벤츠가 자본을 대는 것은 좋지만 그들에게 경영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자본의 논리"로 따지면 돈을 많이 댄 사람이 경영권을 주장하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 김실장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쌍용자동차 공장은 한국에 있습니다.

한국의 경영여건을 잘 아는 사람, 즉 한국사람이 경영을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사우디 아람코사는 쌍용정유의 최대 주주이긴 하지만 경영권은 쌍용이
쥐고 있습니다.

-아람코의 경우엔 그래서 "떡이 굴러 들어왔다"는 소리도 있었죠.

<> 김실장 =왜 떡입니까.

한국기업이 미국회사를 M&A(기업인수.합병)할때도 그냥 미국인 사장에게
경영권을 주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경영을 가장 잘 할수 있는 측이 경영을 해야 합니다.

우린 그것을 벤츠측에 설득중입니다.

-쌍용은 벤츠 외에 동남아 화교재벌과도 자동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요.

<> 김실장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화교그룹과 자동차 조립생산(CKD)공장
사업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자동차말고도 화교상들과 협력하는 분야가 또 있습니까.

<> 김실장 =홍콩 화교재벌인 파오( Pao )그룹과 중국 상하이시에
도시타운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협의중입니다.

인도와 베트남에선 시멘트 제지사업을 벌일 계획이고요.

-화교상과 그 정도로 가깝습니까.

<> 김실장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이 전자와 섬유인데 쌍용은 불행하게도
그분야 사업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남아시장에 일찍부터 눈을 떴고 그 곳에 진출하다보니
화교상과 가까워진거지요.

지금도 동남아국가의 5대 재벌에 속하는 2~3개 화교그룹과 언제든지
통화가 가능합니다.

때문에 이 시장은 국내 어느 그룹보다 자신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곳에서 "승부"를 낼 수 밖에요.

-화교상들이 쌍용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는 이유는 뭡니까.

<> 김실장 =솔직히 말하면 "현란하지는 않지만 믿고 일할 수 있는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화교상은 중국이 뿌리인만큼 더디고 느린 점에서 쌍용과 궁합이
잘 맞을는지 모르겠지만 21세기를 살아가려면 쌍용은 지금 문화부터
바꿔야하는 것 아닙니까.

<> 김실장 =보수적이고 느리다는 것은 과거 이미지입니다.

작년4월 김석준회장이 취임한이후 그룹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물론 하루 이틀에 문화가 크게 바뀌긴 어렵겠죠.

거대한 유조선이 방향을 틀려면 적어도 500m정도는 이동해야 한다지
않습니까.

-김석원회장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쌍용만큼 그룹총수가
젊었던 곳도 없는데 그룹의 이미지가 보수적이라는 건 얼른 이해가
안 갑니다.

<> 김실장 =임원 평균연령은 50.1세로 다른 그룹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긴 합니다.

그러나 높더라도 기껏해야 1~2년일 겁니다.

증권 무역쪽은 낮고 제조업은 높고...그렇다고 그룹의 원로들이 젊은
사장들을 윽박지르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사장단회의때는 모든 사안은 "난상토론"을 거쳐 결정됩니다.

쌍용 계열사 사장들은 전권을 갖고 있습니다.

창업회장시절부터 그랬습니다.

"사장 해 보려면 쌍용사장 만한데가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창업주인 성곡 김성곤회장과 김석원 전회장 김석준회장 세분을 내리
모시면서 느끼신 것도 많을 텐데요.

<> 김실장 =성곡선생은 "통 큰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치밀한
분입니다.

계산도 분명하고.전임 회장은 자상하면서 대범한 스타일이고요.

현 회장은 일에 관한 욕심이 많지요.

-전회장이 자유방임형에 가까웠다면 지금 회장은 너무 자질구레한데
까지 신경을 쓴다면서요.

<> 김실장 =일 욕심이 많기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나올 법도 합니다.

모든 신문 잡지에 나오는 정보를 다 알고 싶어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려들고 그리고...

-전직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 사과상자 사건이..

<> 김실장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김 전회장이 혹시 그룹으로 컴백하는 건 아닐까요.

그룹을 떠난뒤 경영에 정말 관여 않습디까.

<> 김실장 =전혀 관여한 적이 없습니다.

물러나신 후 그룹에 딱 두번 오셨어요.

한번은 외부손님을 만나기 위해서였고 또 한번은 신년 하례식때였어요.

"20년동안 승진도 못하는데 무슨 재미냐"며 떠나신 분인데
컴백하겠습니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