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제도의 기준이 대폭 강화됨으로써 기업주들이 법정관리를 통해
회사를 되찾으려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 기준의 강화는 지난해 11월 법정관리 소홀로 인한 의류업체
논노의 부도와 지난 4월 유가공업체 서주산업의 어음 3백22억원 불법유통
사건으로 법정관리제도 개선에 대한 여론이 비등한데서 비롯됐다.

이번 개선안은 크게 심사기준 강화, 중립적인 관리인 선임, 경영감독 강화
등 세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번 개선안은 회사정리사건의 본래기능을 재검토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법정관리가 구사주측을 고려하고 채권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구사주측의 이해관계보다 채권자나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기업을 회생시키는 기능으로 재전환시키겠다는
것이 개선안이 갖는 주요의미다.

즉 법정관리 심사를 강화해 업종전망이 불투명한 부실기업을 재생시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화의 또는 파산절차를 통해 기존 회사를 해체케하거나
제3자 인수를 도모케하는 것이 사회적 이익측면에서 보다 합당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깔고 있는 것.

주거래은행의 운용자금 지원및 제3자 인수계획이 없는 회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하겠으며 공익적 성격이 뚜렷한 경우에만
인정하겠다는 것도 이같은 측면에서 풀이된다.

법정관리 심사가 강화되고 공인회계사나 경영컨설팅회사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위원들이 회생가능성, 기업주들의 재산 해외도피, 제3자명의
은닉, 재산처분등을 전담해서 심사하게 되면 법정관리는 극히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이며 구사주에 의한 법정관리 신청보다 제3자 인수
기업들의 법정관리신청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서주산업의 불법어음유통사건에서 불거져 나온 것처럼 구사주인 윤석조
전사장의 외삼촌 이상용씨(부도당시 전무)가 관리인으로 선임된데 원인이
있었던 것처럼 법정관리인 선임문제는 구사주측의 주식을 전부 소각하는
것으로 대법원이 구사주 배제원칙을 확고히 했다.

대법원은 경제단체의 추천을 받은 관리인을 선임하고 신청회사의 채무총액
이 재산총액을 초과하는 경우 부실경영 책임으로 사주의 주식 전부를
소각토록 하고 신주는 인수의사를 밝힌 제3자 기업에만 배정, 구사주의
입김을 사전에 봉쇄키로 했다.

지난해 11월 법정관리중인 논노의 재부도사태를 막기 위한 대법원의 정리
회사에 대한 감독강화는 우선 보고체계와 사후허가를 철저히 하겠다는 것에
그쳐 실현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개선안에 따르면 재판부는 관리인으로 하여금 중요사항을 구두 보고토록
하고 금원지출허가 후의 지출상황및 정리계획의 변제이행 여부를 면밀히
감독하며 필요한 경우 직접 공사현장을 점검할 방침이다.

그러나 90년이후 61%에 달하는 법정관리 인용률로 산더미같은 서류에
파묻혀 있는 상태에서 3~4명에 불과한 각급 법원의 재판부가 현장감독에다
중요사항 보고, 어음발행 허가까지 관장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과욕이라는
지적이다.

또 개선안은 법정관리 종결기간 단축과 채무상환 유예기간 조정등에 대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아 일반채권자나 금융기관들이 부채를 조기에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고 있다.

작년 2월 법정관리중인 한진중공업이 포철계열사인 거양해운을 인수하는
기현상에 대한 대책을 전혀 담지 않은채 법정관리 해지문제를 재판부의
재량에 맡겨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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