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상 < 무공 사장 / 월드컵유치위원 >


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002년 월드컵 개최지가 드디어 한일양국의
공동개최로 결정되었다.

그간 온 국민이 우리의 단독개최를 위해 쏟은 정열을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를 한일양국이 이웃과의 우의를
바탕으로한 공동개최로 새로운 차원의 협력시대를 맞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일 양국은 불행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상호 최대의 협력 파트너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폴레옹 전쟁과 보블전쟁 이래 1,2차대전에 이르기까지 원수처럼 지내던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통합을 합심하여 주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웃이라는
숙명적인 관계의 야릇함을 느끼게 된다.

월드컵 개최지 결정을 몇일 앞두고 일본언론이 한일양국의 치열한 유치
경쟁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5월26일자 아사히 신문은 일본측 유치위원회가 단독개최에 너무 집착
함으로써 한국인과 일본인의 "마음의 거리"를 일층 벌리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전제하고 공동개최시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한일 양국이 손을 잡는다는 것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양국간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일본내 지각있는 계층의 소리를 대변하는것 같아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월드컵 단독개최는 이로 인해 발생할 경제적 파금효과와 우리의 위상
제고 효과를 독차지 할수 있다는 점에서 간절히 바래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위한 시설투자나 운영비 지출의 규모가 워낙 엄청하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더우기 다음 98년도 대회부터는 본선 진출국 수가 32개국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때 적어도 6~7개의 추가 경기장과 각종 부대시설의 건설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투자 부담을 한일 양국이 분담한다는 면에서 상호 경제적 실익도
크다고 할수 있다.

월드컵 개최로 기대되는 것은 수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경제적 파금효과는
차치하고서라도 국가 이미지 상승으로 계량화하기 어려운 엄청난 무형의
이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시대에서의 마지막 경쟁력은 국가와 기업의 이미지라고 한다.

오늘날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과 기술의 평준화등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국가간, 기업간 가시적인 경쟁력은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아마 앞으로 5년정도만 지나면 특수한 신제품과 첨단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소비재 상품은 품질이 균질해져서 이미지에 의해 소비자의 상품
구매동기가 좌우되는 시대가 올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이미지는 상품의 이미지를 낳게 마련이다.

소비자들은 그 나라를 신회하고 그 국민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 나라의
상품에 비싼 값을 지불하지 않는 법이다.

다시말하면 이미지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경제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대최하게 되면 우리의 이미지는 크게 향상되고
이로 인한 "후광료과"가 발휘되어 우리 상품이 정당한 대접을 받음으로써
선진국 진입을 더욱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것이다.

월드컵은 올림픽에 비해 그기간이 두배나 되고 TV시청율도 높기 때문에
우리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지난 미국 월드컵의 스폰서를 하면서, 맥도날드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전파하는 "언어"를 그동안 찾고 있었는데 월드컵이야말로
바로 그 적격의 언어라고 지적하였음은 스포츠행사에만 어물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해준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제부터 우리가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더욱 중요한
과제다.

앞으로 세계의 모든 시선은 우리와 일본에게 집중될 것이다.

국가의 이미지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이미지의 총화이다.

화염병과 투석이 난무하는 거리, 격렬한 시위자들의 모습, 또한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상응하지 않는 공공질서의식의 부족등은 국민적 자존심으로
개선시켜 나가야 할것이다.

국민 모두가 우리나라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전사가 되어야 한다.

이제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우리 근세사에 처음 맞는
상승세의 국운을 지키고 21세기 팍스 코리아나 시대를 활짝 열어 나가야
할것이다.

그리고 일본과의 성공적 공동개최를 통해 세계 축구팬의 기대에 브응하고
나아가 한일 양국이 번영된 21세기를 맞을 준베에 역량을 결집시킴으로써
이웃에서 동반자의 관계로 더욱 자리잡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