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도 민족의 대염원이었던 2002년 월드컵 축구유치노력의 최선두에서
뛰었다.

총수에서부터 말단 임직원까지 "취리히영광"을 쟁취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구촌 최대축제인 월드컵유치에 재계가 적극 동참한 것이다.

재계는 어느 때보다도 이번 월드컵 유치노력에서 "조직적 팀플레이"를 통해
총력전을 벌였다.

지난 88년 일본을 따돌리고 "바덴바덴 신화"를 창조하며 올림픽을 유치했듯
이번에도 단합된 힘을 통해 일본재계와의 두번째 승부에서도 멋진 승리를
거두었다.

축구협회나 정부관계자들은 재계가 이번 월드컵유치의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 한관계자가 "그동안 재계의 물밑에서의 유치활동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는 없지만 1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덴바덴 기적의 주역이 당시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등 기업인들이었듯
이번에도 기업인들이 월드컵신화를 연출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

현대 삼성 LG 대우 선경 효성등 주요그룹들은 겉으론 드러나지 않았지만
총수와 최고경영자 임원들이 세계각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과
각국의 VIP를 만나 한표를 호소하는 앞장 섰던 것.

그룹들도 전세계에 깔아논 네트워크와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서 전과를
올리는데 큰 몫을 했다.

또 남미와 유럽의 명문구단들을 초청하는 데 필요한 경비일체를 주요
그룹들이 분담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월드컵 개최지 선정직전 때까지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와 AC밀란을 비롯
독일의 스튜트가르트 스웨덴의 국가대표팀등을 잇달아 초청하는데 주요
그룹들이 경비를 부담한 것.

현대관계자는 이들 명문구단을 불러들이는데 들어간 비용은 팀당 4억~
5억원씩으로 이를 2~3개그룹들이 수억원씩 경비를 갹출했다고 말했다.

세계명문구단들의 국가대표팀과의 친선경기는 축구붐을 확산시키고 한국의
월드컵 유치열기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의 팀플레이는 지난 3월 12일 전경련회장단회의에서 본격화됐다.

최종현전경련 회장을 비롯 정세영현대자동차 명예회장 구본무LG 김석준쌍용
김선홍기아그룹 회장등 회장단은 민족적 대바램인 월드컵유치에 재계가
적극 협조키로 하고 그룹별 활동목표를 정했다.

현대 삼성등은 그룹별로 해외인맥을 활용하여 물밑로비에 착수했다.

그룹들의 유치작전은 철저히 비공개로 이루어졌다.

전대주 전경련 전무는 "재계가 공개적으로 움직일 경우 일본의 재계를
자극하고 오히려 역이용당할 수가 있다"며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특히 지난 4월 김영삼대통령과 정몽구회장(현대) 이건희회장(삼성) 구본무
회장(LG) 김우중회장(대우) 최종현회장(선경)등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는
그룹총수들과의 회동은 재계의 유치노력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김대통령은 당시 오찬에서 총수들이 투자가 활발하고 인맥형성이 잘 돼있는
지역과 국가를 중심으로 직접 뛰어줄 것을 당부했다.

월드컵유치에 가장 앞선 그룹은 현대.

현대는 정주영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준씨가 한국축구협회회장을 맡고 있는
것을 감안, 전세계를 대상으로 전방위유치활동을 벌였다.

현대는 정명예회장이 88올림픽을 유치했듯이 정몽준씨가 2002년 월드컵
대회를 따내 "부자대업"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현대의 신화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몽구회장을 비롯 그룹내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선정일 직전까지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등 전세계를 순회하면서 집중적인 표밭갈이에 열성적
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또 FIFA집행위원들과 체육계지도자들을 수시로 국내로 불러들여 울산
현대공장들을 산업시찰하면서 한표를 낚기 위해 정성을 들였다.

또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등 계열사를 통해 유치행사에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한편 신세길물산사장등이 남미 유럽지역등을 순방하면서 유치활동을 벌였다.

LG는 그룹상임고문인 구평회월드컵유치위원장의 유치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구위원장이 해외국가를 순방하면서 유치활동을 벌일때마다 구자홍LG전자
사장등 최고경영자이 수행, 지원사격을 했다.

대우는 남미 동유럽국가,선경은 홍콩등을각각 전략지역으로 삼아 표밭갈이
에서 나서 성과를 거뒀다.

이들 기업외에 대다수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지구촌의 최대잔치를 유치하기
위해 동참했다.

비자금사건등으로 위축돼 있던 재계가 온국민의 염원인 21세기 최초의
월드컵축구를 개최하기 위해 한몸으로 뛰어 모처럼 단합과 화합을 일구었다
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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