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사옥 소유권 분쟁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는 지난 70년대말 정부의
인위적인 중화학투자조정 과정에서 파생된 "후유증"을 사법부가 판결로
해소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로써 한중 민영화에 그동안 적지않은 걸림돌로 작용했던 사옥분쟁이
해결됨에 따라 앞으로 민영화 일정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물론 한중사옥 소유권 문제가 당시 정부의 직접적인 "조치"에 의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79년5월25일 정인영회장 소유의 한라건설을 현대그룹에
합병시키로 하면서 사옥분쟁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에 이 사안은 중화화투자
조정 조치의 "무리수"를 반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당시 정부의 "5.25조치"로 민간기업의 계열사가 좌지우지되던 와중에
한중사옥 소유권 분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판결을 놓고 현대측이 "과거 바로세우기"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어쨌든 한중사옥이 현대측으로 넘어가게 됨에 따라 이제 관심은 한중
민영화에 모아진다.

그동안 사옥분쟁으로 한중의 자산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어 민영화
일정이 미뤄져 왔기 때문이다.

현대의 소유권이 인정된 한중 영동사옥(1만6천평)과 부지(9천7백60평)는
장부가액으론 1백30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건물과 토지는 공시지가만 1천50억원이어서 싯가로 따지면
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만큼의 자산가치가 한중으로부터 떨어나와 현대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한중의 총자산가치는 창원공장을 포함해 현재 장부상으로 2조6천7백80억원.

이는 지난 82년 평가한 금액이다.

현재 가치로 계산하면 3조원을 넘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한중은 약 3조원의 덩치에서 영동사옥(3천억원)을 떼어내고
2조7천억원 가치의 회사로 몸집이 줄어드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한중 민영화때 정부의 수입이 3천억원 정도 감소한다는 뜻도
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정부는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표정이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영동사옥 소유권 이전이 당시 정부의 강압적 조치에
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을 중화학투자조정 조치와 연관시키는
것은 견강부회"라며 "단지 한중의 자산가치가 다소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인위적 조치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사법적인 교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한중의 연고권이 현대에 있음을
다시한번 입증시킨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산부는 한중 민영화와 관련,작년 8월 산업연구원(KIET)이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주인 찾아주기와 <>완전 소유분산을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민영화등 두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통산부는 한중사옥 분쟁이 일단락됨에 따라 민영화방안을 조만간 완성해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사옥정산을 둘러싼 또다른 분쟁이 이어질 소지도 있어 한중 민영화
추진이 늦어질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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