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섭 < 숭실대 교수/무역학 >

OECD 가입이 눈앞의 일로 다가왔다.

OECD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우리를 회원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국회는
OECD 가입의 비준동의안을 금년 하반기 중에 처리하게 될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것은 축하할 일인가?

OECD 가입의 전제조건은 무엇이며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문제가 포괄적이어서 복잡해 보이지만 OECD 가입으로 우리가 안게 될
부담은 크게 3가지로 대변할수 있다.

첫째 문제는 자본시장 자유화로 인해서 초래될 거시경제운용의 불안정성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멕시코 "패소 위기"사례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개방에 따르는 거시경제
운용의 불안정성이 주는 위험의 내용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충분치 않은듯
하다.

급격한 해외자본의 유입은 원화를 절상시켜서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주게
마련이다.

또한 거시경제의 기반이 불안정한 우리경제를 과열시켜서 인플레를
유발하고 부동산및 증권투기를 자극할 우려마져 있다.

80년대말의 투기열풍이 수출해외자금의 유입에서 비롯됐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멕시코는 이 상황에서 국내정치가 불안정해지면서 해외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게 돼있고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경기침체를 초래하게 되어 경제가
몰락하게 되었다.

우리경제가 멕시코 경제보다 건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 시나리오가 되풀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멕시코만큼 심각하지는 않겠지만 약한 정도의 그러나 멕시코와 비슷한
유형의 불안정이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방대한 "핫머니"의 존재, 그리고 그로 인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이러한 위험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자본시장개방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할때 OECD 가입의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과도한 "핫머니"의 이동을 통제할 제도장치의 도입이다.

토빈(Tobin)은 국내외 금융차의 효과를 상쇄하는 이자율평형세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투기에 취약한 경제의 구조적 환경이 제거되어야 한다.

그간 금융.부동산실명제 도입으로 80년대 말에 볼수 있었던 "경제의
투기장화"가 재연될 가능성은 감소했다.

그러나 세제개혁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핫머니"의 유입이
투기열풍을 자극할 가능성은 배제할수 없다.

둘째는 국내 서비스시장에 대한 개방요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가
이다.

OECD는 특히 금융업시장을 포함한 국내서비스업시장의 개방요구에 적극적
이다.

그러나 이 분야야말로 우리에게는 취약한 사업분야이다.

우리에게 취약한 분야이니 개방을 이루자는 의미가 아니다.

은행사업에서 볼수 있듯이 이 사업분야가 대부분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
국내사업자들이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하지못하는 분야이다.

지나친 정부의 통제로 경쟁이 시장질서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따라서 개방에 앞서서 정부의 통제로부터 이 사업을 해빙시키줘야 하고
그들끼리 경쟁에 의해서 생존이 결정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경쟁여건에서 스스로의 체질을 강화하는 법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금융업 대외개방에 앞서 우리가 국내업계에 베풀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관계부처나 관련업계에
엄청난 반발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아직까지 은행장의 해외출장이 재경원의 간섭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이 분야의 개혁은 진도가 더디다.

그러나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한다면 대외개방은 해외사업자로 국내사업자를
대체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대외개방으로 국내은행산업이 궤멸하게 된다면 대외개방으로 얻은 다른
이득이 무슨 큰 의미를 가질 것인가.

셋째 OECD에 가입함으로써 우리는 각분야에서 OECD의 권고에 의한 제도
개선을 요구받게 될 것인데 우리는 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문제는 OECD의 권고를 받기에 앞서 먼저 우리 스스로 국내여건에 맞는
제도를 모색하고 이를 위한 제도개선을 도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표출되는 이해집단간의 기득권다툼을 극복해내는 기지가
있어야 한다.

이점에서 최근 추진되는 노사관계 개혁작업은 의미를 가진다.

우리 스스로 우리 실정에 맞는 노사관계를 마련하려는 시도가 선행될때
OECD의 제도개선 권고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주체적으로 받아들일수 있는
법이다.

스스로의 제도개혁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제도개선은 표피적인 현상에
그치게 마련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못한다.

경제는 계속해서 멍들어가고 다만 그 상황의 지속을 바라는 기득권층이
이 상황을 지배하게 된다.

스스로의 개혁의지 없이는 OECD의 가입 그 자체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별이들의 내용이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추진해온 교육개혁 사법개혁 노사개혁및 금융실명제
토지실명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앞으로 계속해서 시중은행경영의
재경원으로부터의 독립, 중앙은행독립 공정거래질서의 확립, 세제개혁
보건사회행정에서부터 환경행정에 이르기까지의 행정개혁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OECD 가입을 위한 전제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