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규 < 현대경제사회연 연구위원 >

근래에 들어서 국내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4분기 경기 지표는 올해 경기의 경착륙( hard landing )에 대한 염려를
덜어 줄 정도로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띠었다.

그런데도 국내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국내 경기의
구조적인 취약점과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데 근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의 구조적 취약점으로는 첫째 생산의 둔화와 함께 재고가
증가하는 현상을 들수 있다.

올해 1.4분기 산업 생산증가율은 8.6%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4%에
비해 크게 하락하였으나 재고 증가율은 지난해의 5.0%에서 19.1%로
급등하였다.

재고 급증은 앞으로도 생산 증가세가 약화될 것임을 시사해준다.

둘째는 산업별 성장 격차의 심화이다.

1.4분기 중공업 생산은 11.4%의 증가율을 기록하였으나 경공업은 1.8%가
감소했다.

이같은 산업경기의 부조화는 체감 경기를 실제 이상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는 공공 부문주도의 투자증가다.

민간부문의 투자증가세가 급락하고 있는데 비해 공공부문 투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1.4분기 재정 집행률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포인트나
높아졌다.

이같은 투자 추세는 공공 부문의 투자 여력이 소진되는 하반기에 국내
경기의 활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는 소비 증가세의 약화다.

도소매 판매액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용 소비재 출하
증가율 역시 하락하고 있다.

출하와 소비의 시차 관계를 감안할때 출하 증가의 둔화는 앞으로도 소비
증가율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임을 나타내준다.

마지막으로 무역외수지 적자증가에 의해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점이다.

1.4분기 무역수지 적자는 95년에 비해 축소되었으나 무역외수지는 작년의
9.4억달러에서 올해에는 16.7억달러로 2배가까이 늘어났다.

국내 서비스 산업과 기술 수준 취약에 의한 용역 대가 지급 증가와
경상수지 적자 누적에 따른 외채 급증이 무역외수지 적자 확대의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양상은 국내 서비스 산업및 기술수준 향상 미흡 <>무역외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 확대 <>자본 유입 확대, 외채 증가 <>원화 절상에
의한 수출 경쟁력 약화로 무역수지 적자 증가, 외채 이자 지급 증가에 의한
무역외수지 적자확대 <>경상수지 적자 누적이라는 "국제수지 악순환"구조를
고착화시킬 우려를 발생시킨다.

향후 경기 여건 역시 엔저현상 지속, "신3고"현상 대두,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에 의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수출과 엔화 환율 그리고 경기 순환 추이를 살펴보면 세 경제
변수가 동일한 추세를 그리는 "엔화 연동 경기순환"현상을 나타낸다.

다시말해 엔고가 되면 국내 수출 증가율이 급증하여 국내 경기는 상승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며, 엔저로 반전될 경우에는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엔화 환율은 95년말부터 엔저 추세로 반전되었는데 이는 금년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 금리와 국제 원자재가 상승 달러화 강세 지속이라는 "신3고 현상"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 등 선진국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 원자재 수급 구조의
불일치와 같은 구조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단기간 내에 해소될 전망이
불투명하다.

"신3고"추이는 국내 수출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한편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게 된다.

더욱이 원화 절상 추세에 의해 원화 표시 수출 단가 상승률은 하락하는데
반해 높은 물류비 부담 등에 의해 생산비는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채산성 악화는 결국 기업의 수출 의지를 약화시켜 수출 부진을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국내 경기의 구조적 문제점을 짧은 시간안에 해소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 대책은 악화되고 있는 경기 여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리 인하 추세를 유지하는 한편 원화 환율을 적정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여 엔저에 의해 취약해진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통화.환율 정책은 물가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완화할수 있는 재정정책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순위 설정에 의한 합리적인 재정지출 및 정부 생산성 제고를 통한
경비 절감 노력이 강화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산업별 취약점과 애로점을 파악하여 이를 실제적으로 해소해
줄수있는 산업별 경쟁력강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 불안기의 노사관계 악화는 불난데 기름 붓는 격이므로 경제
논리에 입각하여 노사관계가 안정될수 있도록 노사정삼자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