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잰걸음으로 아시아껴안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지난 5일부터
일주일간 함부르크와 베를린등지를 돌아보며 머리속에 각인된 독일의
모습이었다.

독일이 세계화전략의 하나로 지난 93년 하반기부터 추진하고 나온것이
바로 아시아 정책(Concept on Asia)이다.

거의 같은 무렵 한국에서 세계화전략이 나왔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의 냉엄한 현실을 독일의 이같은
정책에서도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

확실히 독일의 세계화전략은 요즘들어 아시아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적극적인 아시아-태평양정책이 독일의 미래를 보장하는 관건이라는
것이 그들의 인식이다.

경제와 기술, 정치, 그리고 사회, 문화방면에서 아시아를 품에 안고
동시에 번영하자는 구상인 것이다.

독일이 이처럼 아시아에 비중을 두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세계인구의 약60%,무역의 25%,그리고 GNP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가 오는 2000년에는 세계경제성장의 60% GNP의 35%가 이 지역에서
이루어지리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이러한 예측은 몇가지 실례로 보아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이를테면 함부르크 항구 물동량의 40%이상은 아시아로 오가고 있다.

각종 전동차량을 제작하는 애드 트랜스(A D tranz), 항공기 제작의
에어버스사 역시 아시아시장의 비중과 장래성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독일의 아시아정책에서 특히 주목할 단체로 아시아-태평양위원회(APA)를
손꼽을수 있다.

독일상공회의소 독일산업연맹등이 함께 만든 이 단체는 아시아에
사무소를 내고 조사활동등을 통해 독일기업의 이 지역 진출을 적극
돕고 있다.

독일의 세계화전략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구동독지역산업의
합리화정책이다.

통일 6년을 맞으면서 초기 통합단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구조변혁과
조정에 성공한 비결은 바로 외국자본의 투자를 100% 허용한 때문이라는
분석이기도 하다.

한 통계는 구동독기업의 80%가량이 서방기업의 매수.합병에 의해
정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관이 구동독기업을 인수, 컬러TV용 브라운관을 생산하고
있는 것은 좋은 예이다.

그렇다면 독일의 세계화전략과 아시아껴안기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세계화의 성패여부는 의식과 제도의 개혁에 있지않다.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기존틀의 개혁역량과 능동적자세가 보다
핵심요소라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시장에 나가 경쟁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기업이다.

이렇게보면 세계화는 결국 기업이 해야할 몫이고 그 성패는 기업의
노력과 열성에 달려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한국기업의 66%가 외국의 경쟁기업에 비해 세계화수준이 뒤진다"는
것이 우리기업 스스로의 자기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3월 500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3.3%만이 세계화수준이 외국경쟁사와 같거나 앞서 있다고 보고
있다는것은 문제가 아닐수없다.

이런점에 비추어볼때 한국기업의 세계화전략이 나아가야할 길은
분명해진다.

먼저 기업자체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세계가 하나의 무한경쟁시장화하면 경쟁에서 이기는 기본적인 틀은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기업경영의 자유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신상필벌"의
경제를 만들고 싸움에서 이길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한다.

다음은 더많은 기술연구투자이다.

일부기업이 해외에 기술연구소등을 설치하고 있으나 규모나 예산에서
선진국 수준을 따르기에는 아직 요원하다.

자본이나 기술에 국경이라는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에는 해외고급인력의
초빙도 기술력을 높일수 있는 한 방법이다.

독일의 아시아전략은 한국기업에 또다른 교훈을 주는 것 같다.

독일이 한국과 아시아시장에 대해 그렇듯 우리도 독일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와 접근이 필요하리라는 점이다.

세계화의 파도가 높아질수록 세계속에 한국을 살펴보는 안목이
요구된다.

한국의 세계화노력이 갈수록 그 의미가 안개속이어서는 안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