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말이 있다.

마케팅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곤 하는데 바로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른 경우다.

어머니가 사다주는 어린이용 게임기, 연인에게 선물로 사주는 향수나
넥타이, 구매담당 직원이 일괄적으로 사서 배포하는 사무기기 등이
이에 속하는 제품들이다.

마케터들에게는 누가 사용하느냐보다 누가 사느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 요즘처럼 생산된 제품을
누구에게 어떻게 팔아야 하는가가 문제인 소비사회에서는 사용자와
구매자를 명확히 가려내는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선보인 "캐릭터화인".

남성용 화장품이지만 광고는 주부들을 겨냥하고 있다.

"남편을 바꾼다"는 카피가 주부들의 "멋진 남편 만들기"란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아직까지 남성화장품의 주구매층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태평양의 기초화장품 "미스쾌남진"은
이름부터 심상치 않았다.

"쾌남"이란 말로 사용자인 남성의 비위를 맞추는가 하면 "여성이
선택한 화장품"이란 카피로 "미스"들에게 남자친구에게 선물하라고
부추기는 양면전략을 쓰고 있다.

신사복을 팔 때도 여성의 취향이 중요하다.

옷이 몸에 맞는지 입어보는 사람은 남자이지만 옆에서 색상이나 재질을
품평하는 사람은 여자이기 마련이다.

롯데백화점 5층 정장코너의 송무화씨는 "남자고객 10명중 6명 정도는
부부동반 또는 여자친구와 같이 온다"며 "남자가 마음에 들어해도 결국은
여자의 취향에 따라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풍속도를 전했다.

대홍기획의 라이프스타일조사도 가족들의 구매의사 결정에 주부의 권한이
막강함을 보여준다.

일상용품은 68%,가정상비약은 65%를 여성이 결정하며 냉장고 가구 등에도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세다.

광고사들이 잇달아 여성의 소비행동을 연구하는 전담팀을 만드는 것도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다.

동방기획 여성생활문화팀의 유종숙팀장은 "20대의 경우 수입을 여자쪽이
관리하는 경우가 70%에 이를 정도로 여성이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난감이나 학습지처럼 어린이를 겨냥한 제품도 부모를 주요 타깃으로
삼게 마련이다.

삼성전자의 전자오락기 "피코"의 광고카피는 "균형있는 두뇌개발, 피코로
시작하세요"이다.

오락용 게임기임에도 불구하고 두뇌개발에 좋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부모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 모처럼 외식하러 나갈 때면 자녀들이 장소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피자헛 맥도날드 등 서구형 레스토랑들은 매달 어린이를 겨냥한
판촉이벤트를 마련해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는게 상식이다.

구매자는 한 명이지만 가족 모두가 사용하는 제품은 "독점의식"에
따라 광고타깃을 결정한다.

동방기획 김경태부국장은 "어린이용 장난감처럼 내 것이란 의식이
강한 제품은 어린이를 겨냥하지만 식품처럼 공용의식이 높은 제품은
구매자를 타깃으로 한다"며 이를 혼합전략( Complex Strategy )이라고
소개했다.

기업체나 단체같은 법인고객은 엄격한 품질심사를 하는 등 합리적인
구매행동이 특징이지만 여기에도 빈 틈은 있다.

사무용가구인 비즈니스보루네오의 광고카피는 "사장님 고맙습니다"이다.

구매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최고경영자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전문가들은 상품의 성패가 결국 품질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마케터의
역할이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재구매하게 만드는 것은 상품의 품질과
신뢰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 이영훈기자 >

<< 힌트코너 >>


[ 키맨 ]


유흥업소에서 주로 소비되는 양주의 마케팅에선 소비자 못지않게
술집아가씨도 중요하다.

그녀들의 입담이 고객이 무슨 술을 선택하느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류업체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신인가수선발대회 해외여행 등 각종
이벤트를 마련하거나 리베이트 제공의 유혹에 빠지는 것도 구매결정에
미치는 키맨( Key Man )으로서의 영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8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