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청와대 구본영 경제수석비서관실.

"보험환경이 하도 급변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구수석이 보험차익과세 확대등 생보업계의 이슈를 듣기 위해 마련한 이날
모임에서 생보사 사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보험정책의 변화무쌍"을 지적했다.

여기에 참석하지는 않은 지방생보사의 C사장은 본사임원회의가 열리는
월요일만 빼고는 서울에 머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보험정책및 업계정보"에 물먹다가는 헛다리 짚는
영업정책을 세우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과천에서 보험관련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50만명의 일선 보험조직이
들썩들썩한다.

올들어 "들썩들썩"한 것만 해도 여러번이다.

보험차익과세의 확대에 이어 현대 대우 LG그룹을 뺀 나머지 대기업의
생보진출이 허용됐다.

이에 생보사를 사냥하기 위한 M&A(기업인수합병) 바람이 거세다.

상해 질병보험등 이른바 제3분야보험에 대한 생.손보사의 겸영확대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대기업 생보진출

=생보업계엔 이른바 "사실혼" 주주관계란 말이 있다.

법률상으론 동성동본처럼 혼인(=소유)가 금지돼 있어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동거(명의신탁을 통한 지분확보) 상태에 있다.

보험당국 관계자도 이런 공공연한 사실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사실혼"관계를 공개적으로 캐내기란 어렵다.

자금추적을 통해 빼도박도 못할 증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겉으론 남남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함께 사는 부부.

이중에서 몇몇 커풀은 이번에 으젓한 공개혼례를 올리게 됐다.

지난해 관계회사인 한국석유등을 통해 중앙생명(대전)을 산 선경그룹.

또 광주은행등을 통해 아주생명의 경영권을 행사해온 금호그룹도 곧
떳떳한 "성혼"을 선포할 예정이다.

반면 덩치가 좀 크다고 해서 생보 공식진출이 좌절된 현대 대우 LG그룹은
"왜 우리만 안되는가"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독주를 막고 부실한 신설 생보사에게 경쟁력을 갖추게 하려면
이제 대기업의 생보업 소유를 전면 양성화해야 한다"(생명보험협회 모임원)

그렇지만 당국으로선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지배" 또는 "경제력집중 심화"
라는 딜레마 속에서 또한차례의 "타이밍" 잡기에 고심중이다.

<>생보사 M&A

=영국의 "마크&스펜서"라는 식품체인업체는 작년말 생보사를 차렸다.

이른바 자가보험사(Captive Company)다.

자사의 신용타드 고객을 위해 싼 생보상품을 팔기 위해서다.

이처럼 생보업은 "규모의 경제"라는 경영원리에서 생각하면 분명히 남는
장사다.

또 기존 생보사를 인수, 영업조직을 고스란히 넘겨받는 건 대단한
메리트다.

종합금융그룹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도 장기금융산업인 생보업 소유는
필수다.

지난해 중앙생명(선경그룹 관계사), 대일생명(두원중공업)의 주인이
바뀐데 이어 올들어 일부 신설 생보사를 낚기 위한 사냥열기가 거세다.

진출규제가 풀린 한진 롯데 기아 쌍용 한보 효성그룹등이 생보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를 맡는 법률사무소나 전문중개기관의 담당자들은 "생보사를 사달라고
의뢰한 건수가 10여건에 이른다"며 "값흥정이 끝나면 2-3곳 정도는 거래가
성사될 것같다"고 털어놨다.

<>제3분야(상해.질병)겸영

=보험은 크게 인(생존, 사망)보험과 손해보험으로 구분돼 있다.

이 둘도 아니고 어중간한 것이 질병 상해보험, 이른바 제3분야 보험이다.

생명(인)보험에 가까운 질병보험의 경우 현재 생보사들은 주계약으로
취급할 수 있다.

반면 손해보험에 가까운 상해보험을 손보사가 아닌 생보사들은 특약으로만
팔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오는 9월부터 바뀌어 생.손보사 모두 상해 질병보험을
"주메뉴"로 팔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보험료가 크게 떨어질 리는없지만 다양한 상품선택을
할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진다고 볼 수 있다.

또 93년 발표된 금융산업개편안엔 내년부터 생.손보사들이 서로 자회사
설립을 통해 생.손보업을 겸업할수 있게 돼있다.

일본에선 올4월부터 허용된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경우 보험업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