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제니스 돌풍"이 일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이 회사가 최근 경영정상화의 청신호를
발하면서 빠른 속도로 전성기 주가를 회복하고 있는 것.

제니스의 "주가 약진"을 계기로 현대전자가 경영권을 장악한 맥스터,
삼성전자가 인수한 AST 등 미국내 "한국계 멀티미디어 트리오"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기업의 회생 현장을 짚어 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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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의 대탈출".

미국 뉴욕증시에선 요즘 제니스사 주가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

이 회사 주식의 14일(현지시간) 종가는 13.875달러.

나흘전의 22.875달러에 비해 내려앉은 상태긴 하다.

그러나 불과 열흘남짓 전인 지난달 28일까지만 해도 6달러대에 머물러
있었다.

90년대들어 줄곧 지속된 한자릿수였다.

월가의 일부 투자분석가들은 제니스의 요즘 주가시세를 단기 급등 뒤의
조정국면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재반등을 점칠 만한 재료가 많다는 얘기다.

LG가 작년 6월 인수한 뒤 승부를 걸고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사업에서
속속 "안타"가 터지고 있어서다.

첫 득점타는 지난달 29일 터뜨렸다.

유에스 로보틱스사와 공동으로 케이블TV 모뎀을 공동 개발한 것.

이 모뎀은 기존 장비로도 인터넷을 고속 접속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

제니스는 그 이튿날 후속타를 날렸다.

이번에도 역시 멀티미디어 분야였다.

마이크로소프트사 및 시스코사와 공동으로 케이블을 통한 초고속 쌍방향
데이터전송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틀 연속 "안타"로 한자릿수 주가를 탈출하는 데 성공한 제니스에
최근 더욱 반가운 득점기회가 찾아왔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9일 고화질(HD)TV 개발과 관련,
미국 표준으로 제니스 고유 모델(VSB방식)을 채택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

그러나 제니스 주가의 상승세를 "일과성"이 아닌 구조적 흐름이 될 것으로
점치게 만드는 근본 재료는 따로 있다.

LG가 최근 단행한 대대적인 경영수술을 월가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LG는 지난 1월 29일부터 3개월여에 걸쳐 20여명으로 구성된 "제니스
경영정상화 특별 태스크포스"를 현지에 파견했다.

그룹회장실 직속의 전문 경영컨설턴트와 미국 매킨지사의 전문가들까지
포함시킨 특공대였다.

이들은 <>TV <>브라운관 <>네트워크 시스템 등 제니스의 3대 사업부문을
부문별로 진단한 뒤 "제니스 회생을 위해서는 LG가 채택하고 있는 독립채산
방식의 전략사업부(SBU)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처방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제니스가 이들 기존 3개 부문과 함께 "부품 및 신규사업
부문"을 신설해 4개 SBU(전략 사업부)로 공식 재편된 것이 지난달 27일.

"LG식 경영시스템"의 수혈을 꾀한 것이다.

월가는 이를 제니스 회생의 확실한 디딤돌이 마련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불과 한달여 전까지만 해도 제니스의 회춘을 내다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3월초 제니스가 발표한 95년도 경영실적이 기대 이하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매출액이 12억7천4백만달러로 전년도(14억6천9백만달러)보다 뒷걸음질
쳤대서가 아니다.

미국 투자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당기순이익이 94년도의 마이너스
1천4백만달러에서 마이너스 9천2백만달러로 대폭 악화된 것.

그러나 최근 월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가 성적표"는 이같은 비관론을
보기좋게 잠재웠다.

LG는 내친 김에 제니스의 TV등 가전 부문비중을 가급적 줄이고 유망
사업분야인 브라운관과 네트워크 시스템(N/S)쪽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단적으로 작년 하반기에 1천여만달러를 들여 E메일 등 정보기술 분야
투자를 확대한 것을 비롯, 올초 8천만달러를 들여 시카고 브라운관 공장
설비를 대형 위주로 재편했다.

LG전자의 김기완 제니스관리담당 부장은 "지난해 제니스의 당기순손실이
확대됐던 건 이같은 대규모 추가투자 때문이었다"며 "이들 사업은 2~3년
뒤부터 본격적인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준 LG전자 부사장은 "지난해 제니스를 인수할 당시부터 최소한
98년까지는 제니스의 적자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각오했었다"며
"최근 단행한 일련의 조직개편과 대규모 투자에 따라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제니스 현지직원들의 사기가 되살아나는 등 경영여건이
정상화 궤도에 올라서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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