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그룹의 우성건설인수는 "1,2금융권을 망라한 공동채권단에 의한 부실
기업 정리"라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아울러 우성건설인수기업이 "밀실작업"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개경쟁"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도 기업 인수.합병(M&A)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57개에 달하는 1,2금융기관이 공동보조를 통해 부실기업을 정리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용정보통신망" 구축을 통한 "조기경보체제
확립"의 한 단초로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과정이 새롭다고해서 결과마저 좋다고 장담할수는 없다.

제일은행등 채권단은 당초부터 경제력집중이란 비판을 우려, 5대그룹을
우성건설인수업체대상에서 배제했다.

또 우성건설을 인수해 조속히 경영정상화를 꾀할수 있는 기업이 어디냐
보다는 채권단에 유리한 인수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어디냐에만 매달려
왔다.

그 결과 우성건설보다 총자산이 적은 한일그룹이 인수기업으로 결정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아이로니가 연출됐다.

이는 우성건설이 조속히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한일그룹은 물론 채권
기관들도 공멸의 길에 들어설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이밖에 우성건설의 부도와 제3자인수과정은 앞으로 대규모 부실여신을
떠안는 금융기관의 경우 존립자체가 불투명하게 된다는 점을 교훈으로
남겼다.

부실여신자체도 큰 부담이려니와 부실기업정리도 이제는 금융기관주도로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보여 줬기 때문이다.


<> 1,2금융기관 공동의 새로운 부실기업정리모형을 제시했다 =

우성건설이 부도를 냈을 당시 채권기관은 총 57개에 달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투금사 보험사등도 끼어있어 이들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그러나 채권단들은 부도결정과 공동자금지원 인수기업결정등에서 공동보조
를 취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한일그룹을 인수기업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선 최종 후보로 오른 3개
그룹중 한일그룹을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민주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이같은 부실기업정리모형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80년대나 90년대초까지만해도 부실기업이 발생하면 산업합리화업체지정이나
법정관리를 통해 정리해 왔다.

정부가 정리과정에 개입, 파장을 최소화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양상은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지난해 제일은행은 유원건설을 한보그룹에 넘기면서 "부실기업은 이제
주거래은행이 알아서 정리한다"는 선례를 남겼다.

우성건설인수작업은 이보다 한발짝 더 나간 것이다.

주거래은행만이 아닌,채권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부실기업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식은 앞으로 부실기업정리의 새로운 모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외부에서 개입한 흔적이 별로 없었다 =

우성건설의 인수기업결정과정은 그 어느때보다 투명했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형식도 그렇거니와 내용도 그렇다.

특히 청와대 재정경제원 은행감독원등은 인수기업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걸 애써 보여 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은행감독원의 한 임원이 이날 오전까지도 "우리는 우성건설인수작업이
어떻게 돼가는지 알수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 제일은행의 고위책임자도 "후보기업중 어떤 기업이 낫겠다는 식으로
감독당국이 의사표현을 했으면 인수기업결정이 더 빨라질수 있었다"고 말해
감독당국의 개입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모습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는 곧 부실기업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책임이 그만큼 무거워진다는걸
뜻한다.


<> 문제점 =

인수기업인 한일그룹보다 피인수기업인 우성건설의 자산이 더 크다는 점이
가장 문제로 꼽힌다.

이는 지난 8일 열린 7개 채권기관대표자회의나 이날 열린 15개기관운영
위원회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물론 제일은행은 <>경제력집중에 대한 국민의 정서상 5대그룹엔 우성을
줄수 없었으며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업중에서
인수기업을 선정할수밖에 없었는데다 <>인수기업으로 결정된 한일기업이
우성건설정상화의지를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에 별다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정서''가 ''경제논리''에 우선한다는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

만일 추후에 우성그룹의 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인수자 결정과정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