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 한국증권경제연 원장 >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앞두고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같다.

사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실물경제가 양적으로 오늘날과 같이 성장
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너무 이용된
결과 경쟁력의 취약성이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지금과 같은 금융기관의 경쟁력으로는 더이상의 실물경제 성장도
불가능해질 상황에 와 있다.

정책당국도 이러한 금융산업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소유구조 개선및 광범위한 금융산업 개편작업을
추진하고 있는것 같다.

다만 작금에 발표되고 있는 고위정책 당국자의 금융산업에 대한 언급이
체계적이고 일관된 시나리오에 의해 전개된다기 보다는 다분히 즉흥적인
관점에서 발표되는 것같아 금융기관의 종사자를 포함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금융산업이 궁극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 몇가지
관점에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일정한 자격요건을 투명하게 명시하고 그 요건을 갖춘 자에게는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

진입규제가 상존하여 이미 진입한 기관들이 렌트(지대)를 즐기는 한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강화될수 없다.

진입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퇴출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퇴출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금융기관간 합병이 쉽도록
제도정비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임직원의 해고가 용인될수 있게
노동관계법이 개정되어야 하는등 파산절차가 합리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금융기관의 퇴출로 인하여 파생되는 예금자(투자자) 보호장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로 각 금융기관들이 법과 제도가 허용되는 범위내에서 고객을 위하여
신상품을 자유롭게 개발할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금융관계법은 신상품 개발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하고있다.

각 금융기관이 취급할수 있는 상품을 법에 명시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상품을 개발한 경우에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상품화될수 있다.

금융선물과 옵션이 도입되면 새로운 상품은 시간을 다투어 개발되어야
함에도 정부의 승인을 받는 동안 이미 경쟁력을 잃는 상품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앞으로 금융기관이 취급해서는 안될 상품만을 법에 명시하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 부분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개발하는 네거티브 시스템
으로의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로 금융기관의 책임경영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소유구조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금융기관, 특히 은행의 경쟁력이 취약한 이유중의 하나로 주인이 없이
정부가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 지적되고 있는데 일리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은행의 대주주로서 산업자본은 경제력집중 완화라는 명분으로
철저히 배제되었다.

개방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경제력
집중이 더 심화되리라는 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상황은 크게 바뀌고 있다.

금리자유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은행대출이 큰 특혜중의 하나였으나
요즈음은 은행대출이 더 이상 특혜가 되지 못하고 있다.

WTO출범과 OECD가입으로 국경없는 경쟁상태에서 외국의 금융기관들은
소유구조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않고 우리 금융기관들은 소유구조라는
제약조건아래서 경쟁을 한다면 결과는 뻔하다고 볼수 있다.

금융기관의 소유구조 문제를 풀때 현재와 같이 정부가 계속 경영에 간섭
하여 비효율이라는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아니면 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산업자본이 금융기관 경영에 참여할수 있는
길을 과감하게 개방하여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가의 선택문제를 현명하게
풀어야 할 시기가 온것 같다.

우리 금융기관간의 경쟁이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의 내로라 하는 금융기관
들과 경쟁하여 살아남아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로 금융기관의 회계및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공정거래제도를 실효성있게 정비강화하여 재벌의 경제력집중 폐해및
불공정거래가 원천적으로 방지될수 있는 제도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이 특정기업의 사금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및 건전경영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과거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이 21세기에는 반드시 경쟁력강화의
수단이 아님을 직시하고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윤리의식 정착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금융기관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자세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과보호에 익숙하여 자기에게 유리하면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불리하면 우리 금융기관의 경쟁력 수준을 거론하며 과감한 자율화를
반대하는 분위기는 하루빨리 불식되어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도 더 이상 금융기관들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지말고 금융기관들이
기업성을 회복할수 있도록 과감하게 규제완화를 실시하는 대신 사후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금융산업, 나아가 우리 경제를 한단계 선진화
시킨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본 대장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