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요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는 물론 이미 50줄을 넘어선 어른들까지도
누구나 즐겨부르는 노래 "학교종"의 작사.작곡자로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김메리할머니가 최근 귀국했다.

또 3일저녁에는 자서전인 "학교종이 땡땡땡"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바로 오늘 어린이날을 맞아 현재의 어린이는 물론 과거 어린이였던 어른들
의 가슴에 아련한 추억을 되새겨주는 의미있는 행사라고 하겠다.

얼마전 해체된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김건모"가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학교종"만큼 우리국민 모두가 좋아하고 또 즐겨
불렀던 노래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같다.

해방직후부터 50년이상 초등학교 교과서를 굳건히 지키고있는 이 노래는
어린이들이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선생님으로부터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중의
하나이다.

또 야유회나 노래방에서 마땅히 부를 노래가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도 불러라"고 얘기할 정도로 우리 모두에게
친근하고 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학교종"이 코흘리게 어린아이들로부터 이젠 머리가 하얘진 어른들까지
모두를 끌어들이고 또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부르기 쉽고 또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제일 먼저 배운 노래라는 점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같다.

어린시절 순수함이 충만한 열린 가슴으로 받아들였던 노래인데다가 거의
모든 사람이 그 옛날 갖입학한 초등학교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운동장의 느티나무와 교무실앞에 걸려 있던 낡은 종, 또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느껴졌던 여선생님을 동시에 생각나게 만드는 노래라는 점이 우리가
가장 즐겨부르는 노래가 될 수 있도록한 것같다.

"학교종"은 그만큼 우리국민 모두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노래라고
할 수있다.

비단 이 노래뿐만 아니라 세상사의 모든 일이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서로간에 친금감과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또 이같은 마음의 공감대가 느껴질 때 모든 일은 좀더 쉽고 또 순조롭게
해결할 수가 있다.

요즘 "심상치 않다"거나 "결코 낙관할 일이 못되는 것같다"는 얘기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경제문제도 마찬가지로 생각된다.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원인분석이 제각각인 것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가 상대방 때문이라고 서로 떠넘기거나 일방적인 주장만하는 것은
열린 마음으로 해결책을 찾자는 노력이 부족한 때문인 것 같다.

따뜻한 마음아래 형성된 일체감과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얘기이다.

불과 한달전쯤에만해도 정부쪽에서는 "국제수지가 약간 불안한 것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2.4분기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도 물가안정에
두겠다"는 비교적 낙관적인 얘기를 많이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지적과 함께 "정부가 기업
억누르기와 산업개방에만 골몰할뿐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재계의 건의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불만도 강했다.

일체감이나 공감대는 커녕 상호불신만 두드러졌던 셈이다.

요즘에도 무역수지 적자의 급격한 확대, 재고물량 급증, 산업생산의 뚜렷한
둔화추세등 수치상으로 명백하게 부각되고 있는 악화된 경제상황의 원인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향이 강하다.

엔저현상과 원자재가격 급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수출이 둔화
된데다 수입은 늘어나 4월의 무역적자폭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등의
고전적(?)인 설명에다가 국민들의 과소비 때문이라는 얘기도 덧붙이고 있다.

물론 외국산자동차나 대형가전제품등 소비재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또
여행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등 최근 과소비풍조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과소비역시 선거를 앞두고 "모든 일이 잘되고 있다"는
식의 얘기만 되풀이해 과소비를 경계하기는 커녕 오히려 방조했던 정부도
책임도 면하기 어렵다.

지난1월부터 3월까지 금년들어 3개월간 2억7,900만달러에 달한 여행수지
적자규모를 경기급강하의 이유로 꼽는 것도 아무래도 궁색한 이야기로
들린다.

어려운 점이있다면 이를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려줘 협조를 구하고 국민들
사이에 일체감과 공감대를 형성시켜 해결책을 이끌어 내겠다는 노력이
그동안 부족했다는 얘기이다.

우리 모두가 좀더 솔직하고 진솔한 자세를 유지해 "경제의 학교종"을
만들고 또 이를 바탕으로 국민 모두의 공감대와 일체감을 불러 일으킬때
연착륙과 급추락의 기로에 서있는 우리 경제를 구출해 내는 것 역시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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