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가 고향인 필자는 서울에 온지 20여년이 지났지만 탄금대에서 함께
뛰어놀던 충주사범병설중학교 동기들을 잊을수가 없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어서 집안사정도 서로 잘 알았고
모교가 지난 63년 폐교가 됐기 때문에 여느 동창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애착을 갖고 있다.

이같은 애착을 구체화시킨 것이 지난 80년 출범한 재경 충주사범병설
중학교 12회 동기들의 모임인 "열두회"이다.

분기별로 한 번씩 열리는 이 모임은 서울에 거주하는 동창생 79명이
회원으로 돼있으며 고향에 살고 있는 동창들도 가끔 참석, 자리를
빛내준다.

특히 모교가 남여공학이었기 때문에 주부인 여자동창생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 다른 동창모임보다 훨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 진다.

회원들의 직업도 가지각색이어서 공무원, 마드로스, 여관주인, 교사 등
사회 여러분야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특히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으로 근무하던 이시종회원이 지난 6.27
지방선거에 민선 충주시장으로 출마,압 도적인 지지로 당선돼 총 동창회
차원에서 자축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주요멤버로는 강원도 정선군 사북에서 제일의원을 경영하고 있는 김동열
원장, 회장을 맡고 있는 박태규 서울시공보계장, 총무를 맡고 있는
김미영 회원 등이 있으며 필자는 전임회장을 역임했다.

회원중에는 벌써 머리가 희끗희끗한 친구도 있고 아예 홀랑 벗겨진 친구도
있지만 모임이 있는 날은 여지없이 모두들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4.19직전 동맹휴업을 했던 일, 여자친구들에게 연애편지를 보냈던 일 등
학교다닐때의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하면 시간 가는줄을 모른다.

요즈음엔 건강과 자식들 문제가 주화제가 되곤하지만 다시 중학생이 된
회원들의 모임엔 항상 웃음꽃이 활짝 핀다.

"열두회"는 서울에만 있지는 않다.

동창들이 많이 모여 사는 충주, 청주에도 동창모임이 있어 이들 도시를
순회하는 대동창회가 1년에 한번씩 개최된다.

매년 6월에 개최되는 대동창회가 있는 날이면 전세버스로 아침 일찍
출발하여 행사를 마칠때까지 모두들 지칠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갖곤
한다.

특히 지난해 충주시 살미면 내사리 휴게소에서 열린 대동창회에는 회원
50명(남자 35명, 여자 15명)이 참석, 캠프파이어를 하며 아스라이 동심
속으로 마냥 빠져들었다.

장작이 활활 타고 있는 동안 우리들의 만남을 시샘하듯 단비가 내렸지만
우리들은 현지 동문들이 마련한 넓은 연회장으로 자리를 겨 담소하며
노래도 부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열두회"의 목적은 물론 동창들간의 친목도모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동창회 기금을 적립하면서 작은 정성이나마 모아
2세들의 장학금 마련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