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국내외 시장에서 제품의 경쟁력이 생산.기술력보다 오히려 디자인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산업디자인은 이제 가장 강력한 상품
경쟁력증진의 수단이 되기에 이르렀다.

적은 비용으로 짧은 기간내에 상품을 차별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일수 있는
효과적인 경쟁수단이 바로 산업디자인이다.

아무리 성능이 우수해도 디자인이 나쁘면 소비자가 외면하는게 세계적
추세이다.

요즘과 같은 백인백색(백인백색)의 사태에 소비자의 까다로운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디자인혁신이 필수적이다.

이탈리아의 가구,일본의 첨단 가전제품,독일의 봉제품등이 지구촌 곳곳의
시장을 휩쓰는 것도 따지고 보면 디자인 덕분이다.

세계적인 히트상품들은 대개 참신한 디자인으로 마무리된 하이터치의 전형
을 보여준다.

상품의 얼굴인 디자인은 무엇보다 중요한 비가격 경쟁요소인 셈이다.

잘 알려진대로 디자인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범국가적 차원에서 디자인
개발을 지원해 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82년부터 총리가 직접 산업디자인진흥회의를 주재하고
디자인 박물관까지 세워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우리정부도 지난 85년부터 우수디자인제품에 GD(Good Design)마크를 부여
하고 있으며 다른나라에 없는 SD(Successful Design)마크제도까지 도입하는
등 적지 않은 정책적 관심을 쏟고 있다.

매년 5월2일을 "디자인의 날"로 정해 전시 교육 세미나등 다채로운 행사를
갖는 것도 디자인 마인드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디자인 수준은 아직 걸음마단계라고 봐야 한다.

우선 역사적으로도 정부관심이 10년의 뿌리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적인 수준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6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의 산업디자인 수준이 선진국의
40~5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대만이나 싱가포르등에도 뒤진다고 평가한바
있다.

21세기 우리 산업의 경쟁력강화와 고부가가치화의 길은 산업디자인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볼때 정부는 우선 산업디자인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간 300억원도 못되는 재정지원으로 디자인 선진국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또 디자인 라운드에 대비, 디자인관련 제도정비를 서두를 때이다.

"디자인의 세계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려면 고급 디자인 인력의
양성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몇년전부터 말로만 나돌고 있는 국제산업
디자인대학원 설립 구상이 하루빨리 구체화돼야 한다.

조만간 우리나라를 겨냥한 선진국들의 디자인 공세가 본격화될 경우 엄청난
로열티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전문적인 능력과 고도의 창의성을 갖춘 고급
디자인인력의 양성체계가 시급하다.

기업으로서는 산업디자인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스스로 투자를
늘리고 인재를 양성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디자인 강국은 정부나 업계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산학연협동에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뒷받침될 때에만 디자인의 세계화는
이룩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