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내달부터 대출우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예금금리도
0.5%포인트 가량 인하한다고 최근 보도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 국민등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현재 연9.0~9.5%인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를 연8.5~9.0%로 0.5%포인트 내리는 것을 비롯
만기별 정기예금금리를 0.5%포인트씩 인하해 다음달부터 적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은행들은 이와 함께 현재 최고 연12.0%인 정기적금과 상호부금 금리도
내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한자리수 금리시대"의 정착이 다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저금리추세는 정부의 강력한 금리인하 유도로 지속될
전망이다.

저금리시대는 기업에 더 없이 좋은 희소식이다.

가계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모아둔 돈이나 퇴직금의 금리로 생활하는 노년층의
"금리생활자"에게는 난감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적금 등을 통해 노후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95년 현재 65세이상 노령인구는 245만명으로 전체인구의
5.7%에 이르고 있다.

아직 선진국에 비하면 적지만 한국개발연구원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13.2%로 급증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수명도 현재의 73세에서 77세로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들 노령층 가운데 자식 도움없이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이 37.6%에 이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 비율이 더 높아지고있는 추세다.

전체 예비 노령층 가운데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이른바 "노후준비자"는
95년 현재 53%이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후대비 수단은 전체 예비노령층의 17.8%가
예.적금을 택하고 있으며 보험과 연금이 각각 16.1%와 1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보유부동산의 전.월세수입등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은 2.5%에
불과했다.

이처럼 금리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게 저금리시대의 도래란 한마디로
"충격"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노년층에 대한 사회복지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전체예산에서 노년층 복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0.14%에
그치고 있어 평균 15%대를 넘고 있는 영국등 서구와 비교하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저금리시대가 금리생활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시련인가는 중앙은행의
재할인금리가 0.15%에 불과,사실상 제로금리시대를 맞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전체 노년층 부부가운데 절반이상이 3,650만원(500만엔)이하의 저축금에
의존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제로금리시대는 더 없이
큰 충격이다.

이에 따라 올들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4명의 노인들이 자살하는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 더이상 일본 국내 금리로 생활할 수 없게 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위험성이 매우 높은 파생금융상품과 외국채권에 손을 대는등 극한적
선택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예는 아직 우리 현실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정부가 계속 노년층에 대한 사회복지를 방치한다면 저금리시대는
앞으로 한층 파괴적 형태로 노년층의 생활을 위협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강영숙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