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내 유명 가전회사에서 만든 컴퓨터 한대를 구입했다.

15인치단말기였는데 제품설명서엔 38cm로, 상품 카탈로그엔 35cm로
표기되어 있었다.

구입처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카탈로그에 표시된 35cm가 맞는다는
것이었다.

15인치라면 38cm(1인치 2.54cm)가 제규격인데 왜 14인치도 채 안되는
35cm짜리를 15인치짜리로 파느냐고 따져 물으니까 국내 다른회사의
단말기도 모두 실제 사이즈보다 작게 나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줄자로 정확히 재어보니 그나마 35cm에도 조금 미달했다.

카탈로그와 제품설명서에 단말기 사이즈가 제각각 표기된 것도
문제지만 실제규격에 미달하는 제품을 버젓이 부풀려 유통시키는
것은 말로만 "소비자 제1주의"를 내세울뿐 기업이 아직도 소비자를
만만히 보고 우롱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TV의 경우도 실제규격에 미달하는 브라운관 유통이 논란이
되다 한참후에야 시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른바 "멀티미디어시대"라는 요즘 컴퓨터가 점차 고급.대형화되고
있고 이에따라 컴퓨터 단말기도 대형이 선호되고 있다.

우리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듯 작게 만들고는 큰 사이즈로 속여 팔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으나 사기를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정부 해당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러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혜경 <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