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판매망이 다양해지고 있다.

판매망의 다양화는 유통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중판매시장의 가격질서가
갈수록 혼란해지며 더욱 가속되는 추세이다.

메이커-대리점-전문점의 도소매단계로 이어지는 시중판매방식은 지난 84년
LG화학이 화장품사업을 시작하면서 확대일로를 걸어 왔다.

80년대말까지만해도 커다란 가방을 들고 대리점주와 미용사원이 짝을 이뤄
가가호호를 방문하던 방문판매가 주류를 이뤘으나 90년대 들어서며 대세가
바뀌었다.

현재 화장품의 80%가 시판방식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나머지 20%가 방판
신방판(다단계판매) 백화점 슈퍼판매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신방판이란 일종의 다단계판매로 신생업체인 코리아나화장품이 이런
판매방식으로 급신장한데 이어 태평양 한국화장품 에바스 한불화장품등
많은 업체들이 참여, 지난해 붐을 이뤘으나 매출기여도가 업체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실정이다.

태평양 한국화장품등 두 회사는 아직도 옛 방판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새로운 판매망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슈퍼매장이다.

제일제당이 지난 94년 11월 화장품사업을 시작하며 개발한 슈퍼유통망은
지난 3월 태평양 LG화학이 전격 참여, 새로운 대중판매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판매망의 특성에 따라 가격대와 품질을 차별화,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태평양의 경우 백화점매장과 방판을 통해 "헤라" "리리코스"등 고가
고기능성 제품을, 시판방식으로 "마몽드" "라네즈"등 인지도높은 제품을,
슈퍼매장에선 "쥬비스"와 같은 중저가의 대중제품을 내놓고 있다.

LG화학역시 백화점에서는 "이모떼", 시판방식으로 "이지업", 슈퍼매장에선
"오데뜨"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등 차별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회사는 또 지난해 10월 업계 처음으로 전국 2,000여개의 화장품전문점을
선별, 제품을 한정공급함으로써 정가판매를 지향하는 새로운 전략을
선보였다.

"이자녹스"라인이라 불리는 이 판매망을 통해 이자녹스제품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육성, 외제에 대항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는 화장품유통구조는 지난해말부터 일기 시작한
가격표시제의 개선움직임으로 일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슈퍼판매망이 새로운 판매루트로 개발되고 있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
하지 않다.

업계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오픈가격제는 제조업체가 제품의 가격을 표시
하는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자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매기도록 하는 것이다.

오픈가격제는 시판시장의 유통질서를 극도로 혼란케 하고 국산제품의
경쟁력을 잃게한 덤핑경쟁을 일거에 해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품질과 가격에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자연 도태돼 소비자들의
신뢰회복에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또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판시장은 할인의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고객이탈이 예상된다.

대형업체들이 슈퍼판매망 개척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