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에 "기본기능"의 신선한 바람이 불고있다.

한때 "보다 많은 기능"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던 가전회사들이 이제는
앞다투어 "기본기능"을 외치고있다.

냉장고는 냉장고답게 냉각기능을, TV는 화질을, 세탁기는 세탁력을,
청소기는 흡입력을 강화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상 특수기능들이 잔뜩 부가돼 있어봤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로서는
제품수명이 끝날 때까지 한번 사용할까 말까한 기능들이 대부분이다.

쓸모없는 기능들로 가격만 높이느니 늘 사용하는 기본기능에 충실한
제품들로 현명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겠다는 것이 가전 회사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대우전자는 아예 "꼭 필요한 기능을 잘 만든 것이 첨단기술"이라는
탱크주의를 전 제품개발의 모토로 정해놓고있다.


<>냉장고의 기본기능은 말그대로 냉각이다.

음식을 시원하게 오래 보관하는 기능이다.

얼마전만 해도 냉장고 경쟁은 김치보관실경쟁이었다.

이제 그런 광고는 없어졌다.

대신 삼성 LG 대우 등 가전 3사가 최근 선보인 신제품들은 모두 냉각
기능에 세일즈 포인트를 맞추고있다.

LG전자의 "싱싱나라"는 냉기가 냉장고의 선반주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존방식과는 달리 선반전체에서 샤워처럼 냉기가 밑으로 뿜어져나오는
냉각시스템을 채택했다.

또 추적 냉각시스템을 도입, 재빨리 그리고 골고루 음식이 시원해지도록
했다.

삼성전자의 문단속 냉장고는 말그대로 냉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뜻을 담고있다.

이를 더욱 보완해 삼성이 올해 신모델로 선보인 "독립만세"에는 아예
냉장실 냉각장치와 냉동실 냉각장치를 따로 설치했다.

대우전자는 탱크시리즈를 선보일 때부터 냉각방식의 새로운 개념을
외치고 나왔다.

96년 신제품인 "탱크 "는 터보입체방식냉각외에 30분마다 나오던 냉기를
5분마다 나오도록했다.

냉각기능이 강력하다는 의미에서 별명도 "탱크터보".


<>세탁기의 기본은 세척력이다.

지난해 제품들만해도 엉킴방지기능, 세제용해기능, 삶는 기능 등
부가기능이 판촉의 초점이었다.

올해 신제품들은 한결같이 세척력을 강조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일찌감치 세탁력에 중점을 둔 "공기방울"세탁기를 내놔 삼성
LG가 양분하고있던 세탁기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삼성전자의 신제품 세탁기 "손빨래"는 세척력을 최우선으로 삼고있다.

마치 주부가 손빨래를 하듯이 고도의 기술로 물살을 조정, 비벼 빤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 제품개발의 핵심정신이다.

LG전자의 카오스세탁기는 세탁날개를 "3개 더"부착해 세탁력을 높였고
그만큼 물살도 빨라져 헹굼력도 강력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있다.


<>TV의 기본기능은 화질이다.

보다 선명하고 섬세한 영상을 제공할 수있는 TV가 바로 기본에 충실한
TV다.

또 비디오는 예약녹화가 중요한 기능이다.

삼성의 "명품TV"광고는 국내 유명감독들을 총출동시켜 "화질"이라는
단어를 계속 반복시키고있다.

그만큼 화질에 중점을 두었다는 얘기다.

또 대우의 "초간편 다이아몬드 VTR"는 비디오의 핵심부품인 헤드드럼의
내구성을 25배나 강화시켜 테이프를 보호하고있다.

녹화기능도 기존 3단계에서 1단계로 대폭 줄였다.

LG 역시 비디오의 개발및 판매전략을 좋은 화질과 음향으로 정하고
화면떨림 현상을 제거하는 기능을 대폭 보강한 "하이비디오"시리즈를
새로 선보였다.

기본기능을 중시한 제품들의 잇단 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청소기
휴대폰 등 거의 모든 실용 가전제품으로 이어지고있다.

기본기능이 좋은 제품은 사용하기 편리할 뿐만 아니라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부가기능 장치에 따른 거품가격이 없어 기본기능중시의 개발추세는
앞으로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