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정미영씨(27)는 내달 결혼을 앞두고서도 한가롭게
지내고 있다.

복잡한 혼수준비를 되도록 간략하게 줄였기 때문이다.

장롱 문갑 그릇세트 등 가재도구일체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실속있게
꼭 필요한 것만 갖추는 것이 훨씬 낫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원목가구 매직쉐프 파카글라스 본차이나 도자기잔. 쓰려면 한도
없지요.

하지만 둘이 사는데 호화가구며 집기가 무슨 필요있겠어요.

혼수비용을 최대로 절약해 나중에 주택마련자금에 보탤 생각이에요"

정씨의 얘기다.

지난 2월 결혼한 이신자씨(25.영등포구 문래동)는 "요즘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소형가구나 자질구레한 생활용품을 사러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한다.

결혼당시 기본적인 혼수만 갖춰왔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있다.

이씨는 "혼수예산중 일부를 돌려 유럽일주 신혼여행을 갔다"며 "아파트도
좁은데 덩치 큰 가구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예비부부들이 혼수와 더불어 비용절감에 주력하는 부문은 예물과 예단이다.

이신자씨는 "예단은 시부모님께 드리는 것이라 함부로 줄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양가부모님들이 계신 자리에서 합의해 예단을 줄였다"고
털어놨다.

이씨가 시부모님께 드린 예단은 이불 한복 반상기뿐이다.

이씨는 "남보다 적게 해가는 대신 예물도 적게 받았다"고 말한다.

어찌보면 야박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예단은 상한도 없고 하한도 없기
때문에 예를 갖추다보면 끝이 없다는 게 이씨의 얘기다.

신세계결혼생활관에서 혼수문제 상담역을 맡고있는 강연주씨는 "예단은
전체적으로 간소화되면서 개성화되고 있다"며 "일반적인 이불세트외에
도자기세트 은수저세트 건강기구 등을 해가는 신부가 많고 300만~500만원
정도 돈을 주고받는 경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예물마련 풍속에서도 신세대들의 실용화 개성화 성향은 뚜렷이
나타난다.

롯데백화점 보석매장 골든듀에서 6년간 일해온 손영실씨는 "예물반지
맞추러 부모랑 함께 오는 커플들이 크게 줄었다"며 "보통 둘이 와서
자기네들 맘에 드는 디자인으로 고른다"고 얘기한다.

신세대들이 스스로 예물을 고르다보니 디자인이 개성화되는 것은 물론
가격대도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손씨는 "50만원정도 들여 커플링반지 한쌍만 사가는 부부들도 20%정도"
라며 "예전에는 결혼반지가 다이아몬드 일색이었지만 탄생석이나 도금반지를
찾는 경우도 30%가량 된다"고 말했다.

물론 신세대들이 값비싼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는 과감히 "투자"한다.

대표적인 투자품목이 TV와 냉장고.

맞벌이부부들이 늘어나면서 먹을 것을 한꺼번에 저장해둘 수 있는
큰 냉장고는 혼수필수품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또 비디오세대인 이들이 영상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대형TV를
선호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신세대커플들은 또 자기집마련과 자동차구입 해외여행 이벤트결혼식에
많은 돈을 쓴다.

특히 독특한 이색결혼식은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때문에 축하연주 의장대동원 야외결혼 전통혼례 등 결혼식관련행사를
상품으로 내놓는 업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남의 눈을 의식않는 신세대들이 혼수시장의
주수요층으로 등장하면서 "개성은 앞세우되 허례는 버린다"는 신세대
결혼풍속도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권수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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