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누구에 의해서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수는 없다.

다만 인류 역사의 시작과 더불어 불이 일찍부터 사용되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것은 전설적인 기록이나 신화로 뒷받침된다.

중국 원나라 때의 증선지가 쓴 "십팔사략"에는 복희씨 신농씨와 더불어
고대의 3황제의 한사람인 수인씨가 불을 발명하여 그 기술을 전파시켰다고
되어 있다.

한편 그리스 신화에는 최고의 신이자 하늘의 신인 제우스가 노하여
인간세계로부터 회수해 버린 불을 프로메테우스신이 하늘로 몰래 올라가
훔쳐내 지상에 돌려 주었다고 되어 있다.

이 전설이나 신화는 모두가 허구에 불과할뿐이다.

현실세계에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불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불이 있다.

자연발생의 불은 벼락에 의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과 지진 화산 등의
지각활동으로 땅에서 솟아나는 것, 산에서 나무의 마찰로 일어나는 것이
있다.

인공의 불은 옛날엔 부싯돌이나 화경으로 붙이는 것과 나무의 마찰로
만들어 내는 것이 있었고 근세 이후엔 성냥으로 일으키는 것과 석탄 석유
원자력으로 생산되는 것이 있다.

불의 연원이나 그 생성 과정이야 어떻든 불은 인간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는 유익한 존재가 되어 왔다.

어둠을 밝혀 주고 추위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주는 수단, 그리고 음식물을
조리하고 생활용품에서 기계류에 이르는 갖가지 제품을 생산해 내는
원동력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널리 문명의 불씨가 되었던 불은 때로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재앙의 진원이 된다.

자연발생이거나 인공이거나 간에 화마에 휘말릴 때는 자연과 인간생활
기반은 물론 인명까지도 송두리째 앗아 간다.

자연발생의 불에 의한 재해는 불가항력적인 일이라 할수 있으나 인공의
불에 의한 피해는 얼마든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지난 23일 고성과 동두천에서 사격훈련의 여파로 일어난 산불 참사도
봄가뭄철이라는 사실을 미리 고려했더라면 피할수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산불을 예방할 목적으로 전국의 많은 등산로를 폐쇄하고 있는
계절에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가 없다.

옛날만 하더라도 삼림이 빽빽히 들어차 일어나는 마찰열로 산불이 번지는
일이 자주 있었으나 요즈음에는 입산객의 실화가 산불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불의 가공스러움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건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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