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스포츠팀 창단이 줄을 잇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대우증권과 동양제과가 농구단을 새로 선보였다.

삼성그룹의 축구팀도 그라운드 열전에 가세했다.

현대그룹은 프로야구팀을 인수해 올 정기시즌부터 출전했다.

삼성전기는 배드민턴 팀을 출범시켰다.

기업들의 스포츠단 설립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만 하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왜 스포츠단 창단에 이처럼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바로 운동장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소비자들과 일체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
이다.

이를 통해 기업과 제품을 널리 알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

스포츠 마케팅의 고전적 기법은 펜스광고와 대회 스폰서십이었다.

특히 펜스광고는 스포츠 마케팅의 가장 고전적인 방법에 속한다.

스폰서십은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 마케팅 기법이다.

과거에는 대회를 후원하는 정도로 겨우 한 다리 걸치는게 고작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회명칭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

지난해부터 선보인 "012배 농구대잔치"나 "아디다스컵 축구대회" 등이
대표적 예다.

이보다 한발 더 나간 게 요즘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단 운영이다.

스포츠단을 직접 운영할 경우 그 효과는 펜스광고나 대회스폰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우선 펜스광고등과는 달리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한다는게 큰
장점이다.

요즘 인기종목 결승전의 경우 입장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TV중계의 시청률도 대개 20%를 웃돈다.

웬만한 인기드라마는 명함도 못내민다.

홍보효과로는 만점인 셈이다.

물론 수치상으로 계산하면 이익이 남을게 없다.

손에 잡히는 돈이라봐야 입장료 수입이 고작이다.

이나마 아마추어 게임에서는 기업의 몫이 아니다.

하지만 광고가 매출로 직접 이어진다고 볼 때 남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일간지등에 광고하는 비용이 하루 4억~5억원에 달할 때도 있다. 농구팀의
연간 운영비가 20억원 정도 들어가지만 광고효과는 그 비용의 몇십배에
이르니 엄청나게 이익을 남기는게 분명하다"(이문호 LG그룹 회장실 사장)

이보다 더 큰 매력은 열성팬들을 끌고 다닐 수 있다는 것.

흔히 오빠부대로 대표되는 열성팬들은 단지 경기장에서만 응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팬클럽을 결성해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도 하고 자체 회보도 발간
한다.

게다가 주요 대회에서는 경기를 전후해 선거유세장에서처럼 세몰이를
하기도 한다.

무료 광고요원이자 평생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또 스타선수들은 자사 제품의 광고모델로 적격이다.

최근 창단한 동양제과는 청소년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전희철
선수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창단과 동시에 농구팀과 주요 선수를 광고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

물론 운동팀을 만든다고 언제나 좋은 효과만 거두는 것은 아니다.

승률이 나쁘면 기업이미지도 망치기 십상이다.

따라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 기업들이 스카웃 파문을 불사하면서 우수한 선수를 확보하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아직까지 성숙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아직 초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전담조직을 갖고 있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삼성그룹이 회장비서실에 계열사의 운동팀을 총괄하는 스포츠단을 설치한게
고작이다.

또 인기종목에만 치우치는 것도 단점이다.

물론 인기가 없는 종목에는 사람들의 눈길이 잘 닿지 않고 따라서 마케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것은 피상적으로 스포츠팀을 운영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외국기업들의 경우 비인기종목의 동호인들을 지원하는등 폭넓은 스포츠
마케팅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 단계 떨어진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국내업체의 스포츠마케팅은 당장 나타나는 효과만을 노리고 있다. 스포츠
를 매개체로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J광고
기획사 스포츠 마케팅 담당 L이사)는 것.

국내업체의 스포츠 마케팅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각 종목의 프로화가 촉진되고 있어 스포츠 마케팅은 더 강화될게 분명하다.

운동장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기업간의 마케팅전이 볼만해질
것이란 얘기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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