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동물은 먹고 먹히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일컬어 먹이사슬이다.

내수면의 생태계를 보면 먹이사슬은 대략 4단계로 이루어진다.

햇빛을 받아들여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인 녹색식물(식물성 플랑크톤)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먹이사슬의 첫 단계로서 생산자라 부른다.

그 생산자를 잡아먹는 것은 제1차 소비자인 동물성 플랑크톤이고 또
그것은 제2차 소비자인 작은 물고기에게, 작은 물고기는 제3차 소비자인
큰물고기에게 차례로 잡아 먹히게 된다.

그러한 먹이사슬에 의해서 내수면의 생태계는 유지되고 진화한다.

그러나 그에 외래의 침입자가 나타나게 되면 생태계는 여지없이 파괴되어
버리고 만다.

원래 중국땅과 붙어 있던 한반도는 빙하기 이후에 생겨난 황해에 의해
분리되면서 한국의 민물고기는 1만~200만년동안 고립된채 안정된 생태계
속에서 진화해 왔다.

그런 민물고기 생태계에 30여년전부터 번식력과 적응력이 강한 외래
어종이 들어와 재래 어종을 멸종시켜 가고 있다는 소식이 근년들어 자주
전해지고 있다.

북미에서 69년과 73년에 각기 도입된 블루길(파랑볼우럭)과 배스
(큰입우럭), 일본에서 72년에 들여온 떡붕어 등의 새끼가 전국 곳곳의
호수와 저수지에 대량 방류 양식되어 온 결과란다.

재래 어종의 알과 새끼들을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치우는
제3차 소비자들이다 보니 씨를 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 외래 침입자를 들여 오게 된 경위와 의도를 확실히는 알수 없으나
한가지만은 분명한 것 같다.

당국이나 관련자들이 그들 외래 어종의 생태나 재래 어종에의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지 않은채 내수면 양식어류 자원의 증식에만 급급했다는
사실이다.

환경부가 최근에 발표한 "팔당호 생태계 현황 및 외래어종 조사"
결과로는 블루길 배스 떡붕어등이 팔당호 전체 민물고기 수의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에 걸쳐 한반도 민물고기의 주류가 되어온 잉어 붕어 뱀장어
등이 멸종 직전이라는 보고는 더욱 충격적이다.

환경처는 2년여 전에도 팔당호에서의 어로행위 금지를 해제해 외래 어종의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바 있었으나 이제는 막다른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 여파가 한강 전역에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한 당국의 행정을 나무랄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게 되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