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 KIET일본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

일본의 대장성이 개혁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3개로 쪼개라" "아니다 4개로 쪼개라"는 등 구체적인 분할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금년 중에 결론이 날 것 같다.

초일류 엘리트들이 모여 피말리는 서열경쟁속에서 오늘의 경제대국을
이룬 관청중의 관청.

오죽하면 야근도 모자라 밤을 새우는 이곳을 호텔 오쿠라라고 했을까.

이 일본형 초고속 대형시스템의 중앙연산부가 이유야 어떻든 240조엔의
국채와 100조엔의 부실채권의 중압으로 심부전증에 걸렸으니 사태는
심각하다.

무소불위의 대장(큰 곳간)지기가 이제 열쇠꾸러미를 내놓아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고도성장때는 이들의 높은 오쿠라숙박료 부담이 별것 아니었다.

그러나 자유화 국제화 성숙화 시대에는 더 이상 감당할수 없게 되었다.

부서 내부의 치열한 경쟁시스템도 그것이 업자위주 행정의 틀을
못 벗어나는한 예금자 투자가 납세대중의 개혁요구를 거스를수 없다.

가장 큰 원인은 1개 부서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고 비록 룰이
있다해도 제한적이며 재량에 의해 자기증식술을 구사하는 동안 긴축.완화의
타이밍을 놓쳐 거품을 일으켰다가는 삽시간에 꺼져버리는 정부실패를
저지르고 국민의 귀중한 자산을 반타작해 버린 것이다.

예산편성, 징세, 금융.증권행정, 국유재산관리, 제2예산이라는 재정투융자
배분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대장성에 비난이 집중될수 밖에 없다.

체크기능을 결여한 막대한 권력집중이 경제주체의 합리적 행동을 제약하고
국민경제를 왜곡시켜 놓았다.

약자구제와 약자보호를 구분못하는 곳에 소비자이익이 있을리 없다.

시장과 룰중시정책으로 전환하려면 조직을 바꾸는 길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우선 재정의 뒤치다꺼리만 해 온 금융.증권국과 국제금융국은 폐지하는
대신 예금보험기구와 함께 금융증권감시위로 독립, 공정거래위와 동격에
두고 동시에 일본은행법을 개정, 금융통화관리의 자율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금융, 증권감독원과 새로 발족하는 예금보호기구를 한데 묶는
셈이다.

대장성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여타 부서에 흩어져 있는 금융관련부서도
아예 통폐합, 금융청을 두자고 응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리스크관리 능력이 의문시되고, 은행.증권이 자회사
방식으로 상호 진입하도록 규제를 완화해두고도 회사마다 설립순위를
매기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는 소위 호송선단식 금융행정으로는 밀려드는
외국세에 대항할수 없다.

남은 재정부문은 예산편성기능과 징세기능의 통합.분리라는 전통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주계국(예산실)의 지출논리에 의해 주세국(세제실)의 세입논리가 왜곡되어
온 측면이 강한 만큼 전자를 내각에 귀속시키자는 의견과 정치가의 직접
개입을 막기 위해 징세실무를 제외한 세제입안등 기획기능과 함께 예산청
으로 독립시키자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그러나 주계국 지배의 폐해는 엄청나다.

주계국 가는 곳에 대장성 사라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정책의 종합조정역할을
자임, 여타 부서는 물론 심지어 정치가들까지 요리해 왔다.

최적배분과 공정분배의 원칙을 무시하고, 순증세논리가 지배해 온 결과
실질법인세율과 소득세 비중은 OECD 제국중 가장 높고, 소비세비중은 가장
낮으며, 자산세비중은 7위 정도로 조세구조가 왜곡되어 있다.

이래서는 활력있는 고령화사회를 지탱해 갈수 없다.

따라서 주계와 주세의 기획.입안기능은 우리예산실을 청와대에 가져가듯이
내각예산국에 옮겨, 다년도 예산을 편성케하고 대장성에는 순수한 예산
집행과 징세사무등 실무만 관장시키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재국의 경우 증분주의에 얽매인 일반회계가 새로운 재정
수요를 충족치 못해 상대적으로 관료의 재량권이 큰 이들의 제2예산에
의존해온 만큼 투융자자금관리 운영은 방만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상인 우편저금과 연금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자금운용부를
폐지하는 동시에 경영마인드가 없는 관료는 현업에서 손을 떼고 자금이
필요한 특수법인은 투융자채권을 발행토록 하여, 이재국은 국유재산관리만
전담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결국 이재 세무 등 실무기능만 남기고 예산 금융 등의 기획.검사.감시
기능을 독립시킴으로써 모든 산업정책을 "원칙자유.예외규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피해보호와 규제에 의한 업자행정을 폐지, 산업은 기업과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현업에서 손을 떼며 대폭적인 세출삭감과 업자행정폐지를 축으로
하는 행.재정개혁을 대장성이 주도하고 그 결과를 공시하자는 것이다.

차제에 우리도 재정, 금융, 산업, 경제관련 행정조직이 경쟁시대로 가는
국민과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지나 않은지 자문해 보고, 집중된 권한과
재량권은 반납함으로써 일류로 거듭나야 한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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