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배 부총리를 비롯한 새 경제팀이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경제
정책 수행에 있어서의 안정감으로 업계를 비롯한 국민으로부터의 신뢰가
두터워지고 있다.

허황된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명확히
구분해서, 해야 할 일은 소신을 갖고 조용히 그리고 착실하게 추진해
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정책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기업은 안정감 속에 경영에
전념할수 있게 되었다.

최근 당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금리의 하향 조정은 가히 역사적인
과업이라 할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인 고금리의 장벽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기 금리의 대표격인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연 11%를 깸으로써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으며 단기금리도 콜 금리가 한자리수 수준에서 거래된지
오래며, 91일 만기 CD수익률도 연 10%대 초반으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제1금융권은 물론 제2금융권의 여수신금리도 전반적으로
하향조정 추세에 있다.

이와같은 전반적인 금리인하는 단순한 금리인하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질적인 고금리체제가 시정될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가 사회적 관행을 바꾸기 위한 제도적 개혁의 셩격이 있다면
고금리체제의 시정은 경제발전에 최대 장애요소를 제거하는 실질적인
개혁이라고 할수 있다.

고금리는 고임금과 함께 고비용구조의 핵심과제이다.

그동안 고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당국은 물론 경영자 경제전문가까지
모두 나서 지나친 고임금으로 인한 폐해, 즉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 그리고
이것이 가져올 국제경쟁력 약화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범국민적인
이해확산에 노력해 왔다.

근로자의 자제와 협력도출을 위한 끈질긴 노력의 결과 이제 노사관계와
임금문제해결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할수 있다.

이에 비하면 고금리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책당국의 개선노력 소홀로
문제해결에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탁상공론적인 논리로 현상을 합리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고금리는 고원가를 통한 고물가의 원인이 될뿐 아니라
구조조정을 위한 투자를 저해시켜 국제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통화당국은 저금리는 통화증발을 통한 수요유발로 인플레 위험이
있다는 논리로 맞서 문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국내 고금리는 경제운용에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경제 전반에 걸친 개방화 범세계화 추세속에서 세계 금융시장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상황아래서 한국으로서도 국제 금리수준과 동떨어진
고금리체제를 더이상 유지할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역거래및 외환거래가 자유화되고 기업활동에 있어서 국경의 개념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자본이동의 자유화도 필연적인 추세가 될 것이다.

더구나 OECD에 가입하게 되면 자본자유화는 더욱 촉진될 것이다.

자유화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일부 유보조치가 이루어 지겠지만
이는 한시적일뿐 자본이동의 자유화는 필연적인 추세라 보아야 한다.

자본자유화에 앞서 꼭 해결해야 할 과제가 국내 금리인하에 의한 국제금리
수준으로의 접근이다.

즉 국내외 금리차 축소를 서둘러 이룩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제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국내 고금리에 대한 내외 금리차는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을 촉진하게 되고,
이는 국내 유동성 팽창에 의한 인플레 위협이 된다.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외국자본의 유입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환공급을
증가시켜 원화의 절상을 유도함으로써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켜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고금리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게 된 것은 시설투자와 경기둔화에
따른 자금수요측면의 환경적 요인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정부당국의 정확한
상황판단을 기초로 확고한 방향설정과 일관된 실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수
있다.

다행히 경제팀 내에서 고금리시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통인식을 갖고 이의
시정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통화운용 방식도 과거의 통화량 집착에서 금리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표명은 자금시장에 안정감을 불어넣음으로써 자금의
가수요를 제거할수 있다.

더구나 최근의 물가안정은 그 자체가 통화수요를 축소시켜 추가적인
통화공급없이도 자금수급사정을 완화시켜 금리인하의 배경을 이룰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지준율 인하, 금전신탁제도 개편 등 조치는 금융권의
금리인하를 촉진시키게 될 것이다.

최근의 금리 하향안정은 이제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

국내 금리는 국제 금리(리보 5.4%)에 비해 아직도 두배나 높기 때문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그러나 너무 서둘러 가서도 안되고 그렇게 되기도 어렵다.

인플레 위험도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하며 급격히 금리인하가 이루어질
경우 금융기관들의 적응도 어렵기 때문이다.

높은 수신금리와 낮아진 운용금리로 역금리로 인한 경영압박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리의 하향조정의 확고한 방향을 설정하고
단계적이나마 흔들림없이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일이다.

모처럼 어렵게 마련된 계기를 잘 살려 나가야 한다.

금융기관도 금리햐향 추세에 대비해 자금조달 운영은 물론 경쟁촉진
마친축소에 따른 경영혁신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도 장기적인 금리하향은 불가피한 추세로 보고 자산운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