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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그 가장 중요한 요인중 하나는 물론 기술개발이다.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개발 현장은 구태여 산학을 구별할
필요 없이 다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쩌면 산학을 2분법적으로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진 생각일지
모른다.

김우식 연세대 산학협동연구단지 본부장.

그의 직함이 말해주듯 지난 65년 연세대 화학공학과 강단에 선 이래
30년동안 학생처장 공과대학장을 지내면서도 오로지 키워 온 꿈은
산과 학을 한데 묶어보다는 것이었다.

이상과 실제에 차이가 많은 산학협동은 어떤 형태로든 구체화시켜
보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김교수는 정의여하에 따라 공허하기까지 한 산학협동이라는 개념을
눈에 보이는 현실로 내보이기 위해 연세대 내에 산학협동연구단지
(Research Park)를 조성, 산학의 가교를 건설해 나가고 있다.

그의 연구실을 찾아 우리나라 산학협동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진로를
짚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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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양봉진 국제부장 ]]]

-산학협동은 오래된 주제입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그 개념에도 변화가 있으리라 여겨지는데.

<> 김교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게 만고의 진리고 따라서
산학협동이라는 오래된 주제도 시대상황에 따라 크게 변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21세기를 맞고 있는 요즈음 우리는 대학에 다니던 학생들이 자기가
터득하고 새로이 개발한 기술을 들고 산업현장으로 뛰어나가 상품화하고
회사를 차려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를 축적해 가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그렇고 야후사가 그렇습니다.

이런 사례는 물론 외국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국내에도 그런 경우는 얼마든지 찾을수 있습니다.

한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그렇고, 초음파진단기를 만들어
파는 메디슨사가 그렇습니다.

-일부문에서는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아직도 산업현장과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 사이에는 관념적이며 물리적인 장벽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 김교수 =양자간에는 분명히 장벽이 존재합니다.

이 장벽을 어떻게 허물것인가는 인류가 산업화를 시작한 이래 풀지
못하고있는 오랜 숙제요 과제라고 볼수 있습니다.

-장벽의 요인이라면.

<> 김교수 =상호불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업은 기업인대로 우리 교수들이 바라는 것만 많고 해내는 일들은
신통치않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기업인들이 학교의 특수성과 교육의 일반성을
무시한채 단기적인 투자효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불평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만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요즈음들어 이러한 인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양자간의 공집합형성에 자신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괴리가 산학협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담고 있는 정의성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 김교수 =그런면도 일부 있다고 여겨집니다.

산학협동이라는 단어가 갖는 추상적인 면과 현실에 동떨어진 이상적
인식에서 기인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특히 이 개념이 지향하고 있는 기대치가 높기때문에 이에 쉽게 미치지
못할때가 많고 따라서 양당사자들이 대부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학협동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 김교수 =산과 학이 추구하는 바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업은 상품화할수 있다거나 기존상품을 기술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실용적 기술을 빠른 시간안에 갖고 싶어하는데 비해 학교쪽에서는
보다 원천적인 연구기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산학협동에 대한 불신이 일부 교수들의 "프로젝트부터 따고보자"는
욕심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데.

<> 김교수 =전에는 프로젝트 욕심때문에 일부 교수들이 전공과는
상관없는 분야까지 뛰어들어 무책임한 산학협력체제를 유지하려 다가
불신을 조장한 사례가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들도 자체 기술진이나 연구진을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연구진에게 호락호락 넘어가는 상황도 아니고 요구하는
주문사항이 아주 구체적이고 명시적입니다.

이는 그런 무모한 경우들이 발붙일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들의 주된 불만은 어떤 것들입니까.

<> 김교수 =일부 기업인들은 "학교에서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느냐"는
비판부터 합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온 학생이 제대로 일하게 되기까지는 적어도 1년 이상
걸린다는게 이들의 지적입니다.

기업들이 재교육을 하지 않을수 없는 실정이라고들 합니다.

우리 교수들은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육은 한 학생의 원천적인 지적 기반조성과 응용력 내지는
적응력함양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요구하는 세세한데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산학협동의 구현을 위해 구체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업은.

<> 김교수 =연세대학교내에 리서치 파크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현재 1만2,000평을 확보해놓고 반은 기업들이, 그리고 나머지 반은 우리
대학에서 자체 사용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이 연구단지내에 각 기업들은 독자적인 연구실을 확보하고 기업이
충원한 인력과 관련분야의 교수 조교 대학원생들이 공동연구를 하게
됩니다.

산학연구단지같은 협동체제의 운영은 산학간의 괴리를 좁힐수 있고
공감대를 넓히고 보완하는 수단이 될수 있어 매우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유익하다고 여겨집니다.

기업쪽에서도 산학단지에의 투자가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어느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 김교수 =우선 현대 삼성 LG 대우 한국통신 풀무원 세풍 등 7개
대기업이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하는 산학협동에는 차이가 있을텐데.

<> 김교수 =그렇지 않아도 통산부와 중소기업 전담코너를 하나 만들기로
합의했으며 통산부가 이를 위해 5억원을 지원해 주었습니다.

-산학협동이라는 주제를 기술개발이라는 제한된 범위에서 벗어나
인력관리라는 차원에서 다룬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으리라
보이는데.

<>김교수 =최근들어 기업 경쟁력은 결국 좋은 인력확보에 달려있다는데
많은 기업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고 따라서 산학연구단지조성은 기업의
인력관리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학교와 산업현장간의 현격한 괴리를 해소하는 일은 국가적인 인력관리
차원에서도 산학간의 "단층적인 인력흐름"을 최소화할수 있는 수단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산학협동체제구축을 위한 정부차원의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김교수 =우리나라에는 대학에서 산업현장으로 옮겨 타기 위해
학교와 산업현장을 잇는 가교위에 서 있는 인력이 줄잡아 200만명은
될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산학협동은 국가의 인력관리라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다룰
필요가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술개발공조체제나 인력관리상의 효율극대화를 위해서 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부가가치창출을 위해서도 산과 학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지원체제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산학협동의 필요성은 주장하지만 실제는 그저 규범적인 명제로 남아
있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내면현실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흔히들 공학도들의 생활주변이 너무 건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합니다.

이런문제 해소를 위해 강단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김교수 =그런 문제에 대해 각 대학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교과 과정 개편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끊임없는 대화와 접촉을 통해 인화를 가르치는 일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한국인과 일본인을 비교해서 한국인은 모래알 같고
일본인은 진흙같다고 했다더군요.

모래는 쥐면 쥘수록 흩어지지만 진흙은 쥐면 쥘수록 뭉쳐진다는 점을
염두에 둔 말이라고 하더군요.

이 말이 산학협동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말인 것 같기도 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