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 마태복음에는 기독교정신이 남을 위한 봉사에 있음을
시사해주는 구절이 나온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놓고 "너희도 알다싶이 세상에서는
통치자들이 백성을 강제로 지배하고 높은 사람들이 백성을 권력으로
내리 누른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너희 가운데 높이 되고자 하는 자는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은 사람의 아들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셨다"

인간사회에 이러한 봉사정신이 결여된 경우에는 지배와 미지배,
적자생존과 생존경쟁의 논리만이 존재하게 되어 평등과 박애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릴수밖에 없음을 일깨워
주는 구절이다.

봉사란 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도와준 대가를 어떠한
경우에도 바라거나 받지 않는게 특징이다.

영국에는 "모든 사람에게 봉사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대가를
받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동양에도 봉사라는 말에 비견되는 음덕이라는 덕목이 있다.

중국의 고서인 "준남자"의 인간훈편에 나오는 "음덕유이명"이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것이다.

음덕은 귀에 울리는 소리와 같아서 자기만이 알고 다른 사람은 모르는
것이라는 뜻을 담고있다.

음덕의 특성 또한 이런 것일진데 어찌 그 대가를 바라거나 받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요즈음 대학입학시험과 취직시험에서 종합생활기록부의 봉사
활동이 중요시되면서 고교생들이 그동안 기피해오던 선택을 앞다퉈 하고
있다는 소식은 당혹감을 갖게 한다.

남을 도와 주는 봉사정신이 아니라 입학시험이나 취직시험에서 점수를
더 받기위한 극히 이기적인 목적으로 행해지는 헌혈이기 때문이다.

헌혈수준이 선진국 평균의 절반인 3.5%밖에 인될정도로 후진적인 봉사
풍토에다 혈액부족으로 허덕여온 의료계의 현실로 미루어 본다면 그것이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질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적인 측면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을 양산할 소지가 있는 제도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떨쳐버릴수 없다.

사회봉사실적을 입시나 취업에 반영하는 선진국의 제도를 도입한 것은
긍정적 방상이랄수 있지만 이와같은 제도운영으로는 자칫 봉사의 의미를
전도시켜 버릴수 있다는점을 당국은 유의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