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를 만드는데 호루라기를 불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국내 유일의 황동 호루라기 전문업체인 지성경적의 김홍철 사장(41)은
호루라기 모양만으로 소리를 구별하는 호루라기 전문가이다.

"조그마한 크기에 비해 큰 소리를 내는 호루라기가 좋아 2대째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회사는 지난 76년 설립당시 주종이던 플라스틱 호루라기를 황동
제품으로 바꾸었다.

김사장은 "일반적으로 금속 호루라기가 철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모두 황동"이라고 설명했다.

이회사는 지난해 20만개 가량을 판매, 내수시장의 60% 가량을 점유했다.

주요 수요처는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 단체로 전체 수요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이밖에 체육사 문구사 군대 등이 주요 고객이다.

호루라기수요는 각종 사회활동과 레저문화 등이 보편화 되어감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사장은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라면서도 "경쟁업체와의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10년동안 제품가격을
50원밖에 올리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얘기했다.

현재 호루라기 한개당 가격은 4백30원정도.

호루라기는 단순한 겉보기보다 상당한 노하우와 축적된 기술이 뒷받침
돼야 만들수 있다고 한다.

프레스공정에서 도금 포장까지 모두 9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경기장 등에서 사용하는 원통형 호루라기는 이보다 2배나 많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중 납으로 용접하는 일과 공기배출부위의 각도를 조절하는 공정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렵다"고 김사장은 말했다.

납으로 단한번에 접합부위를 용접하려면 반드시 적정시간과 온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용접이 불량하게 되면 제대로 된 호루라기소리가 나지않는다.

공기배출부위도 각도가 조금만 달라도 엉뚱한 소리가 난다.

지금껏 10여개의 업체가 뛰어들었으나 이 기술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손을 들었다.

"앞으로 누구나 탐낼만한 장식용호루라기와 고가품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는 김사장은 "최근 용접기계의 일종인 브레이징기계를 도입,
생산라인 자동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계도입으로 그동안 전공정을 수작업으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납용접을 자동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연산량도 1백만개로 2배가량 늘어났다.

저가의 중국산이 빠른속도로 내수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도 공정
자동화를 서두르게 된 원인중 하나이다.

"현재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영국산 호루라기를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김사장은 "보다 나은 예술품을
창조한다는 마음으로 호루라기 하나하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지성경적에서 만든 호루라기 소리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울려퍼지고 있다.

올초 일본 신에이테크사로부터 12만개가량의 제품수주를 받고 지난
2월에 첫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앞으로 남미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수출 원년인 올해에는 20만개 가량을 수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판매량과 맞먹는 양이다.

"앞으로 전자동생산라인을 구축, "HOPE"라는 자체브랜드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는 김사장은 "먼훗날 이 사업을 외동딸
다래양(11)에게 물려줘 3대째 가업을 이어가게 하겠다"며 호루라기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