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형 < LG경제연 금융연구실장 >

기업에 있어 현금흐름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부동산과 같은 고정자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현금흐름이 막혀 버린다면
일반영업이나 투자가 어려워지고 때에 따라서는 부도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불확실하게 하는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이에 대한 대비를 확실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의 개방및 자율화의 폭과 깊이가 커짐에 따라 환율과 금리의
가격변동폭이 확대되리라는 예상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가격변동이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에 어떤 영향을
어느 정도까지 끼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는 정부규제에 의해 금융가격들이 제한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 움직임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 떨어지게 되었다는 점이
원인일 것이다.

앞으로 환율및 금리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만큼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미래 현금흐름이 얼마만큼 위험에 처하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지표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가격 변동에 제일 민감했던 기업들은 구미의 금융기관들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가격움직임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들의
가치가 향후 얼마만큼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인가는 금융기관들에는 매우
큰 관심사였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법개발에 나섰다.

근래에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위험에 처한 액수(Value at Risk, VaR)는
이러한 필요를 매우 쉽게 충족시켜주는 기법으로 점차 그 활용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VaR란 다름아닌 가격변수의 변동에의한 자산의 확률적인 최대손실액을
지칭한다.

그 계산원리도 간단하다.

사실 금융가격 그 자체가 미래에 어떻게 변할 것인가 예측하는 것은
노력에 비해 결과가 신통치 않다.

하지만 금융가격의 변화율은 대부분 일정한 확률적 분포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확률적인 의미에서 향후 예상되는 금융가격의 변화율은 얼마이고
이에 따라 예상되는 위험에 처한 액수를 쉽게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단 금융가격 변화율의 확률분포가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이를 번번히
추적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시계열 계량경제학에서 많이 다루어졌던 문제이고 어느 정도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

VaR의 장점은 금융상품구성, 금융가격에 상관없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어느정도의 위험에 처해 있는가를 하나의 수치로 밝혀준다는데
있다.

이는 개별적인 금융상품을 일일이 떼어놓아 생각할 필요 없이 상품들간의
상관관계까지 감안하여 통일된 수치로 나타내 주기 때문에 통합적인 관리를
가능케 한다.

일반 비금융기업에서도 위의 방법을 원용할 수 있다.

단 미래 현금흐름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플로(flow)의 개념을 스톡(stock)
의 개념으로 전환시켜 주기위해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의 가치로 할인하여
생각해 주면 된다.

예를 들어 "향후 3개월후에 받게되는 수출대금을 현재가치화 하여 추정된
환율변화율의 확률분포에 의해 95%의 확신을 갖고 원화절상에 따른 최대
손실가능액은 얼마이다"라고 말할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감수할수 있는 최대허용 손실액에 따라 환위험관리의 정도를
달리할수 있는 기준을 제공해줄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지표라고 할수
있다.

또한 복수의 통화가 거래대상인 경우에도 이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보고
복수통화간 상관관계를 감안, 최대손실 감수액을 고려하여 최적헤지비율의
도출도 가능하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일반 기업에서도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끼칠수 있는 요인들을 파악하여 일정한 기준을 세워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다.

미래 현금흐름이 불안할 경우 내부유보를 통한 안정적인 투자가 힘들어지며
이는 곧 기업의 장기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에 대한 사전예방이 필요하고 VaR와 같은 기법은 유용한 위험관리의
판단기준을 제공해줄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