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매스컴이라 하지만 뉴스의 속보성에 있어서 인쇄매체는 전파매체를
따르지 못한다.

이런 사실을 새삼 절감케 한게 4.11총선의 "개표속보"였다.

TV는 그 위력을 여지없이 발휘했고 특히 컴퓨터 그래픽등 최첨단기술을
사용한 버추얼 스튜디오는 경탄할만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전파매체의 속보성에 대한 지나친 자부가 뉴스의 공신력에
큰 흠집을 내고 말았다.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TV3사가 발표한 당선예상자명단을 실제당선자와
상당수 달랐기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었던 지역구의 예상당선자가 실제 개표에
있어 적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각종 선거에있어 미리 여론조사를 통해 당선예상자를 발표하는 사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우리나라서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6.27지방선거때 이미 어느 방송사가 투표소의 출구조사를 당선
예상자를 정확하게 보도한 적이 있다.

이 출구조사는 뉴스의 속보성과 정확성등으로 국민의 호평을 받았지만
투표의 공정성을 해칠 염려가있고 투표소질서의 혼란이 우려돼 통합
선거법에서 투표소 500미터이내의 출구조사는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방송사는 공동으로 여론조사방법을 선택하기로 합의했다.

여론조사란 그 기술적방법때문에 그 정확성에 논란이 있었지만 방법론의
발전으로 이젠 그 정확성이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오차의 한계 +- 4.4%를 크게 벗어나게 된것은
무엇때문일까.

한마디로 미국등지에서 주로발전된 여론조사방법이 한국적인 정치풍토엔
맞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우선 우리국민은 장기간에 걸친 독재정치를 경험했었기 때문에 보신하는
차원에서 정치적인 성향을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치적 여론조사에있어선 친여적인 성향만이 표출될 개연성이
높다.

또 어느 교수의 말마따나 "한국이나 일본처럼 직접 대면을 중시하는
문화에선 구미와 달리 전화면접으로 정확한 조사결과를 얻어내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인것 같다.

방송사는 이번 당선예상자 발표가 신중하지 못하고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것이다.

이번은 경험을 계기로 우리는 앞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문화나
풍토에 적합한 방법을 개발하고 발표엔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 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