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사가 일본 마쓰다의 지분을 인수, 경영권을 장악한 것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단순한 경영권 장악을 넘어 지난 10여년간 전개된 미.일간 자동차전쟁에서
미국메이커들이 우위에 올라섰음을 뜻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80년대에 "자동차 대국" 자리를 일본에 넘겨주었던 미국 메이커들이
감원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등 와신상담끝에 일본을 다시 앞지르는
상황이 된 셈이다.

빌 클린턴대통령이 이날 포드의 마쓰다인수와 관련, 특별성명을 통해
"대일통상정책의 승리"라고까지 치켜세운데서도 미국이 자존심 회복을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포드의 마쓰다 인수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위기상황으로 몰릴 정도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는 11개메이커가 난립하고 있고
해외시장에선 9개메이커가 서로 "출혈경쟁"을 벌여왔다.

그 결과 도요타사를 제외한 전 업체들이 수지악화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것.

마쓰다만해도 그렇다.

지난 3년 연속 적자행진을 계속한데다 지난해의 경우 생산대수가 피크
때의 절반수준인 77만대에 불과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코드"로 명성을 날리던 혼다와 닛산 미쓰비시 등도 해외시장에서의
판매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메이커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도한 경쟁이 부른 "가격파괴"로 경영수지의 악화를 스스로 초래했기
때문이다.

닛산은 지난 94년 "세피로"모델을 선보이면서 대당 가격을 5%나 낮췄다.

이 회사는 가격파괴 정책으로 일본시장에서 세피로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등 성공하긴 했으나 이로 인해 뼈를 깍는 원가절감을 실현해야 했다.

가격인하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 엄청난 경영손실을 입을 게 뻔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물론 일본업체들의 가격파괴는 미국 크라이슬러사가 "일본차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신형모델 "네온"을 동급 승용차에 비해 1만달러나 싸게
판매하면서 불이 붙었다.

계산이 빠른 일본메이커들은 그동안 추구해온 "고가차 판매정책"에서
"가격인하정책"으로 선회하면서 내수시장에 "가격파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80년대 후반부터 가속화됐던 "엔고 현상"이 일본메이커들을
움츠리게 만든 것도 한 요인이 됐다.

포드의 마쓰다 인수가 한국 메이커들에도 적지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포드.마쓰다.기아자동차간 "삼각 협력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 3사는 기술개발은 마쓰다가, 생산은 기아, 해외판매는 포드가 맡는
상호 역할분담을 해왔다.

포드는 기아자동차에 9.3 9%의 지분을 출자하고 있는데다 마쓰다의
기아출자지분(7.5 2%)을 합할 경우 16.9 1%의 지분을 확보, 사실상
제1주주가 된 셈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도 포드가 이번에 마쓰다를 인수한데는 크게
보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에 대한 전략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풀이라고
있다.

포드의 마쓰다 인수로 기아는 지금까지 유지해온 포드와의 대등한
협력관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포드는 마쓰다를 인수하기 에도 "월드카" 개념의 프라이드 후속모델
개발과 관련, 기아측에 공급가격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등 "압력"을
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독일 벤츠사가 쌍용자동차와 결별하기로 한 것도
비슷한 관점에서 보고 있다.

벤츠사의 결별결정에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벤츠는 중국과 싱가폴을 아시아 2대 생산거점기지로 육성키 위해 최근
중국에 A클래스 승용차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포드의 마쓰다 인수와 벤츠의 지분철수방침은 그런점에서 21세기 생존을
위해 포드 GM 벤츠 BMW등 구.미 선진 메이커들이 벌이고 있는 치열한 경쟁의
일환이라 할 수있다.

국내업체들도 일본메이커들 처럼 경영수지가 악화되거나 경쟁에서 밀리면
언제든지 이들 구미업체의 "사냥감"이 될 수있다.

세계자동차 산업의 재편과 함께 국내 자동차 산업의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이미 쏘아올려졌다는 얘기다.

< 도쿄=이봉구기자.이성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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