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임포터( Grey Importer )들이 빠른 속도로 국내 자동차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그레이 임포터는 외국 자동차메이커와 계약을 맺고 외제차를 들여오는
공식수입업체와 달리 해외 현지딜러들로부터 자동차를 수입.판매하는
비공식 수입업체.

자동차시장의 문이 열리면서 생겨난 그레이 임포터는 작년초까지만 해도
10여개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급속히 늘어 지금은 40여개사가 영업중이다.

올들어서만도 포린모터스 세방자동차 한일인터라인 등 10여개사가 새로
설립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레이 임포터들은 전시장도 크게 늘리는 등 영업전략도 드러내기를
꺼려하던 그간의 소극적 방식에서 공격적 판매로 전환했다.

우선 전시장을 잇달아 확충하는 추세다.

미국산 혼다와 도요타 자동차를 수입.판매하는 윙오토의 경우엔
올해안으로 대리점을 16개로 늘릴 계획이다.

취급차종도 벤츠와 BMW로 확대하고 직영 정비소를 개설해 애프터써비스도
강화키로 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등 미국차를 판매하는 BM모터스는 올상반기중 2~3개의
매장을 추가 개설하고 지정정비업소를 확대키로 했다.

미국산 일본차를 들여다 파는 오토올림피아는 문을 연지 9개월만에 10개의
매장을 갖추었다.

그레이 임포터들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비공식적으로 수입되는 외제차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그레이 임포터들이 수입해 판매한 외제차는 모두 1천3백여대로
공식수입된 물량(6천9백대)의 18%에 그쳤었다.

그러나 올해엔 공식 수입물량의 30%에 달하는 4천여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레이 임포터들이 이처럼 우후죽순격으로 문을 여는 것은 물론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외제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점차 사라져 외제차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공식수입업체와 달리 브로커를 통해 현지딜러와 접촉하기 때문에
정상가격보다 낮게 들여올 수 있고 공식수입업체의 광고에 편승하면 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지않는다.

또 다양한 차종을 들여와 고객의 만족도를 높힐 수있다는 장점도 있다.

손승범BM모터스사장은 "공식수입업체와는 달리 여러 메이커의 차종을
동시에 선보여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스포츠카 미니밴 등 다양한
차종을 즉시 공급할 수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레이 임포터들이 성업하는데는 문제점도 적지않다.

우선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직영 정비소는 물론 지정정비소도 제대로 갖추지못한 곳이 허다하다.

심한 경우엔 전시장도 없이 사무실만 차려놓고 주문판매한 뒤 장소를
옮기는 "보따리 장수"까지 있어 소비자들이 공탕먹는 사례는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하나의 커다란 문제점은 그레이 임포터들의 판매량이 정확히 통계로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그레이 임포터들은 GM 포드 등 미국차를
집중적으로 들여오고 있어 향후 미국과의 통상마찰에 대비해서라도 수입차
전체시장의 정확한 판매집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