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에서 성미전자만큼 잘 뻗어나가는 주식도 없다.

전자통신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 94년 3월 상장한 이후 줄곧 쾌조의
상승세를 이어왔다.

최근 주가는 13만원대에서 횡보할 정도로 귀족주로 자리를 잡았다.

성미전자가 주식시장의 스폿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며 급성장한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때마침 증시에 전자통신바람이 불었다.

약세장에서도 전자통신업체에 대한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졌다.

특히 광통신 다중화장치등 첨단 통신장비를 생산할수 있는 성미전자처럼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회사성장의 뒤편에는 1대주주의 별세라는 "위기"를 동업자 영입을
통해 극복한 유태로사장의 슬기가 숨겨져 있다.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효율적적인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1대주주를 맞아들여 사업의 지속성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M&A방어
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성미전자의 2대주주(지분률 10.9%)이자 전문경영인인 유태로
사장은 창업자이자 1대주주(지분률 20.11%)인 성운량회장의 별세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회사소유권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성회장의 주식은 성주현씨등 1남4녀의 자녀들에게 상속됐고 이들은 상속세
를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회사가 공중에 붕 뜨고 탄탄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는 느낌을 떨칠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안정적인 소유구조를 회복해 경영효율을 극대화 시킬수
있을지에 대해 밤을 새워 고민했다.

그러나 시간은 많지 않았다.

통신사업에 진출하거나 강화하려는 대기업들은 군침을 다시며 추파를
보내왔다.

자신은 물론 유족들에 갖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지분매각을 종용해왔다.

이런 경우 유족들 입장에서야 무조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쳐준다는
곳에 지분을 내놓게 마련이다.

2대주주 및 전문경영인으로서 유태로사장은 불안하지 않을수 없었다.

종업원들도 누가 회사주인이 되는지 궁금해하며 동요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래서 유사장은 통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건전한 경영이념을 지닌
사업가를 대주주로 서둘러 영입하기로 결심했다.

마침 기업공개 주간사였던 동원증권(구 한신증권)의 송준일상무
(현 성미전자전무)로부터 동업산업의 김재철회장이 통신사업 진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물론 유족들을 설득하는게 가장 중요했다.

실리와 명분을 함께 제공해야 했다.

그래야 동원산업이 우호적인 매수를 원만하게 진행할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1대주주 영입에 나선 만큼 자신이 앞장섰다.

95년 7월5일 유사장은 자신 및 회사임원이 소유한 주식중 일부(8만3천주)를
동원산업에 넘겨줬다.

그리고 나서 유족들에게 용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지속적인 회사발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사실를 강조했다.

마침내 7월7일 유족들은 28만6천주의 주식을 주당 10만원씩 매각하게 된다.

유족들은 더 많은 프리미엄을 받기보다 "지분양도시 현경영진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라"는 고인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1대주주로서 유족들이 받은 경영권 프리미엄(당시의 주식시세를
반영한)은 37.7% 수준이었다.

제조업체의 경영권 프리미엄치고는 적은 편이었다는게 M&A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성장성 및 증시에서의 관심도를 종합적으로 감안할 경우 더욱 그렇다.

따라서 동원산업이 성미전자를 우호적으로 인수한데는 유태로사장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고 봐야 한다.

유족들로부터 양보를 얻어냈고 기타 주주들에게는 경영효율의 극대화를
제시하며 1대주주의 입성을 직접적으로 지원한 셈이다.

그 결과 자신은 2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의 자리를 지킬수 있었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