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2.4분기에는 좀더 나아질 것이란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와 산업은행이 각각 실시한 BS-(기업실사지수) 조사도 2.4분기
보다도 나아질 것으로 나왔다.

또 통계청도 2월중 제조업 평균가동율이 1월보다 높아지고 산업생산도
안정적인 증가세를 지속, 2월중 경기수준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물론 4.5월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도 상향커브를 그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금융연구원 산업연구원등 관변연구소를 역시 2.4분기중 성장률을 7.5%
안팎으로 점치는등 경기흐름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경기급강하의 우려를 덜게 해주는 밝은 얘기들이다.

실제로 1.4분기중 경기는 증시침체등 만족스럽지못한 부분이 결코 없지는
않았지만 산업생산.출하등이 예상보다는 높은 증가세를 보여 이른바
"경기 연착륙"의 가능성을 높게해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월중 무역수지등의 내용을 뜯어보면 겉으로 나타난 것과는 달리
걱정스러운 면이 많다는 것을 한눈에 알수 있다.

3월중 무역적자(통관기준)는 3억달러에 그쳐 외견상 국제수지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이 설비투자 부진으로 인한 자본재수입 둔화에 따른 것이고
보면 반가워할 일만은 결코 아니다.

시설투자가 둔화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지만 그 정도가 매우
심한 것같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투자부진은 지난 2월중 민간업계의 설비투자용 기계주문이 3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는 통계청발표에서도 나타난다.

2월중 기계류수입 허가액이 작년 2월보다 무려 22.3%나 줄었다는 점은
특히 우려할 만하다.

이를 시설투자가 같은 폭으로 줄어들 것을 예고한다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겠지만, 예상을 웃도는 투자부진양상의 일면을 나타내는 첫 신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건설 기계수주등 투자관련지표가 그런대로 전년동비 증가세를 나타낸
것은 공공부문의 높은 증가세에 힘입은 결과일 뿐 민간부문은 감소세라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공사 조기발주가 1.4분기중 거의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볼때 자칫
선거이후의 경기급랭도 배제하기 어렵다는게 민간경제연구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민간연구소들중 일부는 2.4분기 성장율을 6%대로 낮춰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시책에도 불구, 경기양극화현상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선거이후 중소기업부도가 다시 늘어나는등 하반기이후
경기하강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없지 않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관변연구소등이 겉으로 나타난 생산.투자증가율등 총량적인 숫자에
주안점을 둬 경기흐름을 낙관하고 있는데 반해 민간연구소 관계자들은
숫자의 내용이나 배경을 감안,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정부당국자들이 선거철이기 때문에 경기를 실제이상으로
좋다고 과대포장 하려든다고는 결코 보지 않는다.

다만 상황이 나쁘지않다 하더라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당국자들이 "경기의 질"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렸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