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업에 실핏줄 역할을 해온 중소영세상들이 흔들리고 있다.

대형소매점포들과 외국유통업체에 손님을 빼앗겨 매출이 격감하고 있다.

''가격파괴'' 경쟁에 휘말리면서 마진도 예전 같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소영세상들이 멀지 않아 도태될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중소유통업계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진단해 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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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서울의 관문인 인천이 올들어 부쩍 시끄러워지고 있다.

대형백화점들과 가격할인점들이 이 지역에 잇따라 들어서면서 중소영세상들
의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부평시장 동부시장 송림시장등 대부분 재래시장들이 매출감소로 점포시세가
떨어지고 있다.

입지가 좋아 점포시세가 높았던 석바위 지하상가 점포들 중에는 식당등으로
전업하는 경우마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말과 올해초 인천지역에는 뉴코아백화점과 킴스클럽 E마트
한국마크로 등이 들어섰다.

뉴코아는 지난해 11월 백화점 구월점을, 올 2월에는 인근 부천지역에
중동점을 개점했다.

뉴코아가 운영하는 킴스클럽의 경우 백화점내에 들어선 구월점 중동점과
단독점포인 연수점 인천점등 4개가 영업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12월 E마트 부평점을 열었다.

또 올해초 네덜란드계 유통업체인 한국마크로가 인천점을 오픈했다.

불과 6개월도 채 안된 사이에 매장면적 3천평방m 이상의 대형점포가 8개나
새로 생겼다.

롯데 신세계 한화유통 해태유통등도 백화점이나 할인점을 조만간 설립할
계획이다.

인구 2백40만명의 인천지역 상권이 발칵 뒤집힐 만하다.

인천에서 17년간 영업해온 희망백화점 황석원관리이사는 "올해들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 가까이 줄었다"며 "규모가 영세한 소매업체의 경우
매출이 50%정도 줄어든 경우도 많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일은 인천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등 전국에서 대형유통업체들이 들어서고 있다.

경쟁력강화를 위해 전국적인 다점포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오는 2000년까지 백화점 13개, 할인점 23개, 편의점 6백개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신세계는 2002년까지 백화점 15개, E마트 35개, 프라이스클럽 10개, 패션
전문점 10개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 미도파 뉴코아 한화유통 LG백화점등도 전국적인 점포망 구축에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한국마크로 까르푸등 외국업체들도 매년 1,2개의 대형점포를
개점키로 했다.

앞으로 5년이내에 10개점포이상의 체인망을 갖춘다는게 이들 업체의
계획이다.

멀지않아 전국이 국내대형유통업체들과 외국유통업체로 뒤덮일게
확실해지고 있다.

이들 대형업체는 매장이 넓어 많은 물건을 진열할수 있는데다 구매량도
많아 매입단가를 낮출수 있다.

제품주문이나 재고관리등을 전산처리하는 노하우도 뛰어나다.

대형유통업체들은 제품력이나 구매력 제품품질등에서 중소업체에 훨씬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업체들이 대형업체의 공세를 버텨내기가 쉽지만은 않은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중소유통업체의 경쟁력강화 지원책을 마련, 발표
했다.

중소기업청은 유통업 구조개선을 위해 올해 1천5백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재래시장 재개발사업에 8백억원, 소규모점포 현대화사업에 5백억원, 공동
창고건립에 2백억원등이다.

중소기업청 김일광유통업국장은 "중소영세상들이 대형점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업화와 정보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경영합리화를
추진하려는 중소유통업체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중소유통업체 지원이 어느정도의 강도로 진행될지는 불투명
한 상황이다.

정부내에서도 중소유통업체 지원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원자금규모가 대형백화점 하나를 짓는 비용(2천억~3천억원)에도 못미쳐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에 맞서 중소영세상들이 협력체제를 구축할수 있을지, 아니면
경쟁력을 잃고 하나둘씩 사라져 갈 것인지는 현상황에서 예단하기 힘들다.

지역및 판매제품의 특성과 대형업체와의 경쟁관계, 업계와 정부의 의지등에
따라 여러가지 결과가 나올수 있다.

어쨌든 중소영세상들이 올해 격심한 변화기로 접어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지고 있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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