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식 < 상명대교수/경영학 >

경제활동의 중심이 재화의 생산에서 서비스나 정보, 지식의 생산으로
옮겨지는 정보화사회가 진전되면서 2000년대에는 고도정보산업이 생산,
유통, 소비경제의 흐름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가운데서 괄목할 만하게 급성장을 이룬 산업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신용카드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신용카드산업은 편의성 신속성 첨단성 등의
장점이 소비의식 및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수반한 신시대의 소비사조와
맞물리면서 지불수단으로서 급격히 성장하여 왔다.

95년말 기준으로 국내 7개 카드사들의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카드발급
매수가 3,247만1,000매, 가맹점수가 366만5,000점, 그리고 매출액이 국내외
이용실적을 합하여 49조9,621억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90년말과 비교해 보았을때 카드발급 메수는 3배를 웃돌고
있고, 가맹점 수는 4.5배 그리고 매출액은 거의 4배규모로 급성장 했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카드사간 양적 경쟁이 심화돼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연체회원 및
연체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불법고리대금업 매출전표위조 이중전표
작성과 같은 부정적 측면을 야기시키고 있다.

신용카드의 편리성이 충동구매와 직결돼 사치성소비를 조장하고 통화량
증가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하는 카드의 역기능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국민들 사이에 상존하고 있다.

양적팽창의 대표적인 부산물인 연체규모는 88년 284억원, 90년 1,114억원,
91년 2,307억원으로 그 증가세가 잠시 주춤했으나 94년에는 5,799억원
그리고 95년에는 8,882억원을 기록, 88년과 비교해 보았을때 무려 31배나
커졌다.

양적팽창의 또 다른 부정적 측면인 불법사용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5년 10월 재정경제원이 밝힌바에 따르면 95년 1월부터 8월까지 신용카드를
불법으로 사용하다 적발된 건수는 1만5,242건으로 94년 한햇동안의 1만
4,096건보다 1,000여건을 앞질렀다.

이 기간중 이들 불법적인 카드사용에 관련된 금융은 40억4,900만원으로
94년 전체의 26억9,300만원에 비해 1.5배 웃도는 규모였고 건당 사용금액
또한 19만 1,000원에서 26만6,000으로 늘어났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90년대비 95년말 현재 매출액은 4배규모로 신장했다고
하나 연체금액은 동기간에 거의 8배 규모로 증대되고 있음을 생각해 볼때
수익성향상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수 있다.

카드사의 수익성제고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상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각종 마케팅 촉진활동 수단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부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카드수수료는 가맹점에 있어서 차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현상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과연 카드사가 매출 금액의 3~4배가 넘는 수수료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가맹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드발행매수의 경쟁적 증가는 휴면카드의 증가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본의 경우 93년에 1회도 사용되지 않고 있는 카드가 50%를 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93년말에는 92년과 비교해 보았을때 카드발급 수는 3%의 증가율을, 그리고
이용금액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카드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경제불황으로 인한 소비부진을
제일 큰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아울러 발행매수 경쟁과 가맹점 확보의
어려움이 노정되어 성장의 한계에 다다르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카드업계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카드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회원수, 가맹점, 금리, 자금조달력,
서비스네트워크, 신상품개발, 정보시스템의 구축력, 사후관리의 저코스트화,
국제화 등 여러가지를 들수가 있다.

그러나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향후 발전과제가 연체 및 불법사용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우량회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통해서 수익성을
제고시킴으로서 내실있는 성장을 도모하는 것으로 본다면, 현실적인 핵심
과제로서는 개인신용 정보시스템의 조기구축과 이를 이용한 수익성 예측
기법에 따른 마케팅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개인신용 정보시스템의 조기구축은 카드업계 단독의 힘만으로는 심히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7월1일자로 "신용정보법및 시행령"이 제정되었지만 공공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행정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신용정보에 대한 종합망구축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국세청, 내무부, 법원, 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생활 침해및 정보사용의
부적절함을 이유로 공공정보 제공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사용범위가 확대되고 서비스가 개선되는등 신용정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설립되는 정보기관도 신용보증기금 등 기존 5개사외에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기업들로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신용정보활용에 대한 정부의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겠다.

수익성예측기법 또한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겠으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인회원 수준에서 세분시장별로 상품및 서비스를 차별화시켜 수익을 분석
하는 기법이라 할수 있다.

마케팅활동도 차별화된 상품별로 전개되어져야 하므로 각 상품에 대하여
유형별 수익모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상품에 적합한 회원들을 모집하고 증가시켜 나갈때 우량회원이
중심이 된 카드사의 숭기기반은 더욱 강화될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두가지 핵심과제가 수행되어져서 변화와 혁신을 통한 시장지향적,
고객지향적 경영을 해 나갈때 국내 카드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가질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