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이 어느새 열흘 안쪽으로 다가섰다.

전주말 합동연설회가 일제히 개시된데 이어 개별 유세가 본격화, 4.11총선
열기는 달아 오르고 있다.

식목일로 시작되는 금주말은 표의 향방과 공명부의 대세를 가를 것 같다.

5, 6, 7일 사실상의 연휴는 개별 후보와 정당을 위해 황금기일뿐 아니라
4.11총선, 나아가 이 나라 대의민주주의 장래를 좌우하는 운명의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통합선거법의
"돈안드는 선거" 실현 여부가 이 며칠에 달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떤 후보라도 인격을 팔고 돈으로라도 당선을 살 것이냐, 아니면 낙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자존을 지킬 것이냐는 양심의 물음에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3연휴는 후보 마다에 판이한
시간일수 밖에 없다.

휴무로 유권자들에 마음의 여유를 안겨줄 이 며칠은 매표도 사양치
않으리라 마음먹은 후보에겐 더 없는 호기다.

운신폭이 넓어진 선거법 덕에 개별 유권자와의 접촉은 용이해졌다.

물론 법을 존중하는 후보에게 역시 연휴 기간은 유용하다.

있는 그대로 유권자 앞에 다가가 타고난 대로를 확인시켜 줄 값진 기회인
것이다.

사실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자신을 내세울 용의가 있다면 그것으로 심판을
받음으로써 족하다.

그 위에 금품을 얹을 이유란 없다.

숨길데 많고 실력이 부칠때 그걸 호도하고 벌충하겠다는 강박감에 사로
잡히는 법이다.

문제는 결함을 돈으로 메우려는 후보들이 갈수록 선거판에서 자취를 감추지
않고 계속 나타나며 받아들여지는 사회 풍토에 있다.

본인 가족 주변 지역, 나아가 중앙의 정가와 사회가 누구라면 알만한
추한 철새들이 번번이 출마하며 당선도 하는 풍토가 그 당자뿐 아니라
나라를 망치는 고질인 것이다.

실로 국민의 아직도 많은 비율이 "돈 없으면서 왜 출마를 해?" "맨입으론
못찍어줘!" 하거나 최소한 사돈에 팔촌이라도 걸려야 표를 주는 선거관이
온존하는 한, 파렴치 정치꾼-정당 아닌 붕당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공명선거의 구비 요건은 간단치 않다.

정당의 바른 공약, 공천의 민주성 공정성, 파인 플레이 등등 헤아리기
힘들다.

그러나 총선만 15번째, 40여 차례의 각급 선거를 치른 48년 헌정사를 통해
제1 필수인 매표안하기 조차 이루어 내지 못한 주제라면 민주 시민을 운위할
자격도 없다.

모양새로 보아 돈 관련 잡음에 여-야를 가릴 것도, 경중 우열을 가릴 것도
없을 만큼 추하게 돌아간다.

그렇다고 처음엔 단단히 큰 몫 하리라 기대되던 통합선거법을 이제와서
나무란들 소용은 없다.

이때 만일 비용제한을 아예 깨자고 나서면 걷잡을 수 없는 큰 일이 난다.

최대한으로 법을 지켜야만 사후에 정도에 비례해 심판을 내릴 기준이 있고,
또 꼭 그래야만 공명선거로 진일보할 장래성이 있다.

만일 서로 안지키기 경쟁이 주말에 붙으면 나라는 어려워진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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