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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이달로 창립 27주년을 맞았다.

지난 69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국영 대한항공사를 인수해 민항으로 새로
출발한 대한항공은 그동안 과감한 투자와 경영혁신 노력으로 세계 일류
항공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여객수송 연인원이 오는 7월중 2억명을 돌파하는 등 대한항공 성장사는
우리나라의 ''세계화일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명실상부한 선진
항공사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사장취임 4년째를 맞고 있는 조양호사장은 "지난 2월 국내선 항공요금 5%
인하를 계기로 재창업한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21세기 초일류 항공기업
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사장은 "경영에 있어 ''휴먼웨어''를 가장 중시하자는게 한진그룹 방침이자
대한항공의 방침"이라며 "직원들이 불평 불만을 말하기 전에 속내를 미리
파악해 경영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엔 한진그룹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으로 선임돼 대외활동의
폭도 한층 넓어진 조사장을 최종천 사회1부장이 만나 대한항공의 미래상과
세계속에서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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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성장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조사장 =대한항공이 이만큼 성장한데는 외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국민들의 성원및 격려가 밑거름이 됐다고 봅니다.

내부적으로는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해오는등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을 통한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요즘들어 항공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는데 지난해 경영실적은
어떻습니까.

<> 조사장 =매출액 3조3,800억원에 1,0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습니다.

민영화당시 매출과 비교하면 2,000여배나 성장한 셈이지요.

-"바로 이것이다"하고 대외적으로 내세울만한 대한항공 특유의 영업전략과
서비스전략이 있을법 한데요.

<> 조사장 =항공사의 경쟁력은 운항등 제반 분야에서의 연륜과 노하우,
그리고 조종사와 승무원등 인적 자원의 자질문제로 귀착된다고 할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 27년간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야말로 대한항공만의 강점이랄
수 있죠.

다양한 성격의 고객 모두를 일률적으로 만족시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합니다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훌륭한 인격과 세련된 매너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임직원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예약에서부터 도착지 공항까지의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해 고객을
최대한 "안전하고 빠르며 편안하게" 모실수 있도록 하는 토털 서비스체제
정착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올연말쯤에는 종합적인 서비스 개선방안을 마련, 발표할 계획
입니다.

-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은 세계 항공사들의 공통된 경영목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금년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계획은.

<> 조사장 =수익성 위주의 노선망을 구축하고 외국항공사와 공동운항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기본 방침입니다.

국제선의 경우 올해안으로 미국 덴버와 인도델리 등에 여객노선을 개설하고
호치민 시드니 등지의 화물노선도 개설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일주 노선망을 확보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국내선에 있어서는 지방도시간을 연결하는 노선과 지방도시와 해외를 연결
하는 국제선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지방도시의 세계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안전운항을 위한 투자를 눈여겨 봐 주십시오.

금년중 B747-400등 최첨단 항공기 9대를 도입하고 대신 B727등 노후화된
항공기 6대를 매각할 예정입니다.

이럴 경우 대한항공의 평균기령은 6.4년으로 세계적으로도 싱가포르항공을
제외하고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치가 되는 거죠.

-복수 민항체제 출범이후 국내 항공업계도 질적 양적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는게 눈에 띕니다.

복수민항 출범 8년을 평가하신다면.

<> 조사장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해 왔는데도 독점에
따른 편견과 오해가 없지 않았습니다만 복수민항 출범이후 그런 점들이
불식된게 소득이라면 소득이죠.

그러나 제2 민항이 생긴 이후 두 항공사가 출혈경쟁을 하게된 것은 유감
입니다.

세계 곳곳의 시장을 추가로 확보하라는 차원에서 제 2 민항허가가 난것이지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하라고 출범시킨 것은 아니잖습니까.

-외화가득률을 제고하는 측면에서는 복수민항체제가 다소 문제가 있을지
모르나 복수민항체제 출범이후 수송실적이 크게 늘어나고 서비스도
나아졌다고 보는데.

<> 조사장 =복수체제라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아니고 환경여건이 달라져
실적이 좋아졌다고 보는게 정확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복수민항 출범이 여행자유화조치와 맞물려
수송수요가 급증한 것이지요.

-지난 2월의 국내선 항공요금 5% 인하조치는 국민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줬다고 봅니다.

항공업계에서는 국내선은 적자라는게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는데
요금인하로 적자폭이 커지는 문제점은 없습니까.

<> 조사장 =적자가 났는데도 요금을 내리면 덤핑이죠.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덤핑입니다.

지난해엔 국내선도 수지균형을 이뤘습니다.

요금을 내린만큼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감소된 수입이 보전돼 손해는
안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금인하로 인한 마이너스 요인이 생기지 않을 경우 추가 인하할
여지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 조사장 =그럴수도 있죠.

-세계화시대를 맞아 국내 두 항공사도 상호 협력을 통해 국익과 국제
경쟁력을 증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두 항공사의 역할이 어떻게 정립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조사장 =후발 항공사의 우선적 성장을 보장하는 정책은 오히려 제2
민항의 적자를 심화시키고 제1 민항의 국제경쟁력까지 약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만큼 두 항공사를 동시에 육성하기 보다는 항공사의 능력을 고려, 제1
민항을 세계화한 연후에 제2 민항을 육성하는 것이 순리라고 봅니다.

-항공사 역할정립과 관련해 정부의 국적항공사 육성지침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 조사장 =개정자체에 반대한다기 보다 개정할 내용을 따져보자는
얘깁니다.

국제경쟁력 강화보다는 노선권 배분에만 치우치는 것은 문제죠.

노선권 배분문제만 하더라도 경영능력등을 감안해 역할분담을 시켜야지
단순히 수요량만을 기준으로 일정부분을 무 자르듯 잘라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특정기업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정책을 원칙없이 바꾸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특히 항공노선 개설은 기본적으로 해당 정부간 협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의 자율에 맡겨두자는 주장은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부산~북경, 부산~상해등 중국노선 배분문제는
정리가 돼가는지요.

<> 조사장 =거듭 강조하는 얘기지만 노선권 배분은 경영능력에 의해야지
억지로 배분해서는 곤란합니다.

중국노선은 황금노선이긴 하지만 양 항공사간 수송인원과 영업수지에
큰 차이가 있는게 현실입니다.

이는 정부의 노선권 배분이 불공평해서가 아니라 양사간 경영능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지난 94년 중국노선 최초 배분당시 고수익노선인 서울~상해노선을 배분받은
제2 민항이 영업부진에 몰리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덮어놓고 노선만 배분하면 경영이 개선되는게 아니라 악화될 뿐입니다.

제2 민항이 욕심을 내지 않고 경영전략을 잘 세우면 역할분담이 제대로
될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재계에서는 2세들의 경영권 승계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한진그룹도 장자승계원칙을 세워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조사장 ="창업주에게 은퇴란 없다"는 것이 조중훈회장의 지론인만큼
당분간 현행 체제에 별다른 변화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한진그룹은 지난 50년간 수송 외길의 전문성을 견지해온 기업으로 저
스스로도 2세 경영인으로서 "수송"에 대한 창업주의 남다른 의지와 경험
전문성을 배워 익히고자 애쓰고 있고 경영수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지금도 중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회장께 보고드리고 지침을 받고 있습니다만
워낙 무에서 유를 창조한 분이시라 일일이 보고를 안해도 다 알고
계시더군요.

최근들어선 업무의 "이양"이라기보다 "위임"사항이 많아지고 있긴 합니다.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하신지 4년이 됐는데 경영철학을 소개하신다면.

<> 조사장 =대한항공은 개인기업이 아니고 국익사업을 대행해 주고 있다는
회장의 철학이 경영의 출발점이고 이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제 경영철학인
셈이죠.

굳이 경영철학을 얘기하자면 항공업은 모든 분야에서 첨단기술과 전문성을
요하는 산업인만큼 결론보다는 과정을, 또 합리적인 운영과 공평한 의사
결정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대한항공의 미래상을 밝혀 주셨으면 합니다.

<> 조사장 =항공운송을 통한 풍요로운 생활가치창조를 기업이념으로
2000년대엔 초일류 항공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오는 2005년에는 매출액 16조원에 125개 도시에 취항하는게 목표입니다.

-첨단분야로의 사업다각화 계획은 없습니까.

<> 조사장 =종합물류업체 범주에서 이탈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정보통신부문은 물류의 기본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정부의 항공정책에 대해 평소 생각하신 바가 있거나 특별히 건의할 사항이
있다면.

<> 조사장 =영종도에 조성중인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 인적 물적흐름의
중추(HUB center)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매우 불리했으나 중국과 옛 소련의
개방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 설립작업이 재원부족 등으로 자꾸 지연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이 제때에 개항되지 못하면 현재 김포공항의 포화상태로 보아
서울 자체가 "허브센터"가 되지 못하고 퇴보할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항공사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실이죠.

따라서 정부재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공항건설을 위해서는 민자유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민자를 유치하게 되면 독자적이고도 특색있는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사실 모든 공항이 엇비슷한 시설에 흡사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차별화할 것은 서비스밖에 없지 않습니까.

정부의 현행 계획대로 획일적으로 공항시설물을 지어 놓고 국적항공사
외국항공사 가릴것 없이 입주시키면 서비스를 차별화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 취지에서 대한항공이 인천국제공항에 민자를 들여 독자적인 여객
터미널을 만들겠다는 의향을 밝혔는데 특혜라고 생각하는지 관철이 안되고
있네요.

대한항공이 현재 미국뉴욕에 짓고 있는 화물터미널과 여객터미널의 경우
미국 당국으로부터 땅도 빌려 쓰고 저리융자도 받고 있는 것과는 좋은
대조가 되죠.

-월드컵유치 행사를 비롯 각종 문화사업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 조사장 =월드컵유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최근 미국 LA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모 방송사의 "열린음악회"가 열리도록 협찬했습니다.

지난 94년엔 예술의 전당에 1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죠.

이는 기업은 국가와 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발전하는 것이니 기업의 이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조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입니다.

-대외활동이 많아져 무척 분주하실텐데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십니까.

<> 조사장 =여가시간엔 가능한한 가족과 함께 지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부모님을 안 모시고 살기 때문에 주말은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해외출장시 짬이 나면 바다낚시를 가곤 합니다.

< 정리=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