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홍은 봉요교 입구에서 일부러 가운이 엿들으라고 추아에게 손수건
이야기를 꺼내었던 것인데, 과연 가운이 소홍이 잃어버렸다는 손수건에
대해 추아에게 이것 저것 묻게 된 것이었다.

추아의 말을 들어보니 자기가 주운 손수건이 소홍의 손수건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 손수건에는 소홍의 체취가 배어 있을 것이므로 가운은
그것을 선뜻 내어주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와 비슷한 손수건을 소매 안에서 꺼내어 추아에게 주면서
말했다.

"아마 이 손수건이 소홍의 것인 모양이야.

이것을 소홍에게 보여주고 소홍의 것인지 확인해보라구.

근데 소홍이 손수건을 찾아주는 사람에게 사례를 하겠다고 했다며?

소홍이 이 손수건이 자기 손수건이라고 하면 사례를 꼭 받아내라구.

그리고 어떤 사례를 받았는지 나에게 말해주어야해"

"네. 그러겠어요"

추아가 손수건을 받아보니 소홍이 말한 그대로 초록 비단손수건이
아닌가.

추아는 소홍이 어떤 사례를 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환한 얼굴이
되었다.

추아가 가운을 바래다주고 돌아와서 소홍을 찾았다.

소홍은 앵아에게서 받아온 새 붓으로 종이에 수본을 뜨는 일을 하고
있었다.

추아가 살금살금 다가가 말을 걸었다.

"소홍언니, 반가운 소식이 있어요"

"뭔데?"

소홍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건성으로 대꾸했다.

"반가운 소식이라니까요.

듣고 싶지 않아요? 듣고 싶으면 날 따라오세요.

좀 은밀히 이야기해야 하니까"

"어디로 가자는 거야?"

소홍이 그제야 관심을 보이며 수본 종이를 한쪽으로 치웠다.

"적취정으로 가요"

"그 정자는 소상관 앞에 있어 좀 멀잖아"

"그러니까 거기로 가자는 거죠.

여기 사람들이 들으면 이상한 소문이 날 테니까요"

소홍은 점점 호기심이 생겨 추아를 따라 적취정으로 갔다.

적취정은 연못 한가운데 있는 정자로 무지개다리를 건너야 들어갈 수
있었다.

노랑나비 서너 마리가 무슨 비밀이라도 캐내려는 듯 나풀나풀 춤을
추며 적취정 근방까지 소홍과 추아를 따라왔다.

적취정으로 들어간 추아는 종이창들을 모두 닫고 나서 가운이 준
손수건을 소홍에게 내보였다.

"이 손수건이 소홍 언니가 잃어버린 손수건 아니에요?"

순간, 소홍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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