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이번 조치는 가격하락에 따른 "수비"라기 보다는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격"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겉으로만 보면 가격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막으려는
"고육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이 겨냥하고 있는 타깃에는 채산성 보전이라는 항목이
들어있지 않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공급과잉론을 일으키고 있는 4메가D램의 생산량을 대폭 줄여 세계
시장을 16메가D램으로 전환해 버리겠다는 것.

삼성의 이번 감산 조치는 올들어 나타난 반도체 가격 동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반도체 가격이론에는 "세대간 연동공식"이라는 게 있다.

전세대 제품의 값이 떨어지면 다음 세대 제품 값도 함께 하락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반도체 가격 하락현상도 세대간 연동에 따른
것이다.

4메가D램 값이 떨어지면서 수요자들이 16메가D램 보다는 이 제품을
선호하게 돼 16메가D램은 자연히 값이 내려가고 있는 것.

삼성의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시장 동향은 "악재중의 악재"다.

삼성은 세계 메이커중 가장 16메가D램을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다.

작년에 16메가D램으로 크로스 비트(cross-bit : 주력 제품의 세대
교체)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는 총 매출목표(10조원)중 70%이상을
16메가D램에서 달성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런데 사업계획에서 큰 비중(매출목표의 10%)을 두지 않은 4메가D램
때문에 가격하락이 발생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4메가D램이라는 꼬리를 잘라내고 16메가D램 시장을 몰아가려는
삼성의 전략은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일본 5대 반도체 메이커가 4메가D램 감산을 추진중이어서 세계
시장에서 세대 교체가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주력제품이 교체되면 반도체 가격은 더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공급부족 현상으로 반등될 가능성이 높다"(삼성전자 메모리
영업담당 최지성상무).

물론 앞으로 시장동향이 삼성의 의도대로 나타날 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반도체의 최대 수요업체인 PC메이커들의 재고정리가 끝나가고
있어 4월부터 반도체 경기는 다시 상승곡선을 탈 것"(삼성전자 반도체
기획실 최생림이사)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고 보면 삼성의 이번 조치는
"매우 시의적절한 것"(반도체 산업협회 김치락 부회장)으로 볼 수 있다.

16메가D램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수요를 창출해 세계시장을
주도하겠다며 창과 방패를 동시에 휘두르고 나선 삼성의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두고 볼 일이다.

<조주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2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