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20일 지난해 우리경제의 실질성장률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9.0%를 기록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처음으로 1만달러를 넘어
섰다고 발표했다.

경제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지 35년만에 국민총생산(GNP) 규모가 세계
11위, 무역규모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고속성장한 것은 분명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비록 1인당 국민소득수준은 세계 32위에 쳐져있지만 지금처럼 고속성장을
계속한다면 오는 2000년대초에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는 일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GDP와 GNP의 차이인 순수취요소소득은 계속 마이너스여서 GDP가 GNP
보다 더 큰데 이는 우리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보다 외국인에게 지급한
이자나 로얄티가 더 많기 때문으로 대외개방확대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기대 못지 않게 눈앞에 닥친 걱정거리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지난해 4.4분기의 GDP성장률이 6.8%,설비투자증가율이 1.5%로 크게
떨어져 경기면착륙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올해초 생산및 수출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10월
중순에 터진 비자금파문의 악영향을 고려할때 아직은 경기연착륙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비록 경기연착륙에 성공하고 거시경제 지표에 문제가 없다해도
올해 우리 경제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난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화학부문과 경공업
수출과 내수시장사이의 경기양극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가 본격적으로 수축국면에 들어서면 경공업과 내수시장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며 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할지 모른다.

따라서 정부는 물가 금리 환율등 거시경제지표의 안정유지에 노력하는
한편 효율향상과 구조조정을 돕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겠다.

아울러 일반국민들이 경제성장을 실감할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발벗고 나서야겠다.

그동안의 달러가치 하락은 따지지 않더라도 만성적인 교통체증 여전한
주택난 위험수위를 넘어선 환경오염 후진국보다 못한 사회복지등을 생각하면
국민소득 1만달러의 의의는 크게 퇴색하지 않을수 없다.

환경오염으로 수도물을 믿지 못해 물을 사마시면 GNP는 늘어나겠지만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진다.

이처럼 GNP개념이 갖는 맹점은 잘알려진 얘기지만 보완대책 역시 예산지원
과 같은 물량적인 차원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만연한 무사안일풍조 여전한 관료주의와 행정규제, 지역간 계층간 경제력
격차의 심화, 지연 혈연 학연으로 얽힌 담합과 비능률 등을 하루빨리 뿌리
뽑지 않으면 삶의 질은 개선될수 없다.

뿐만아니라 노사갈등의 해소, 고비용 저효율구조의 탈피, 시장자율경제의
달성 등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은 선진국진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양적인 성장
에서 질적인 도약으로 정책초점을 바꿀 때가 됐다는 신호일 뿐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이같은 시대적 소명에 부응해 보다 효율적인 경제질서를
구축할수 있느냐는 중요한 시점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