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바지"는 남성, "치마"는 여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치맛바람"이란 여성들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데서
일어난 현상을 일컫는다.

그 일이 선풍을 일으킨다는 뜻에서 "치맛바람"이라고 불리는 듯하다.

한때 학교일을 열성적으로 돕는 어머니들의 행동을 가르켜 학교에서의
"치맛바람"이라 칭했다.

부동산붐이 한창일 때 적은 재산이라도 불려볼 양으로 복덕방을 찾는
주부들의 발걸음도 부동산계의 치맛바람으로 불렸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미술계에는 일찍이 "치맛바람"이 불었거니와 엊그제
접한 경제전문주간지 "한경비지니스"에 따르면 문화계나 패숀계가 아닌
경제계에도 "신선한 치맛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흔히 경제계와 산업계는 남성전용 분야로 근로자를 제외한 경영인은
극소수에 불과했는데 최근 재계에 여성들이 우먼파워를 자랑하며 거세게
바람을 이르키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니 바야흐로 우리나라에도 "철의여인"
시대가 다가온 셈이다.

"한경비지니스"의 내용을 보면 여성들의 진출분야는 특유의 섬세함을
살린 업종뿐만 아니라 거친 건설업계에서부터 하이테크업종인 전자업계를
비롯하여 자동차부품업, 중장비업, 출판업, 금융업등 실로 다양하다.

여성 스스로 창업해 사장의 자리를 지키며 경영하면서 겪을 고달픔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아내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 그리고 그보다 더 어려운 사장의 자리를
지켜가야 한다.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경영인의 자리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도
할수 없을만큼 고단하고 어렵다.

이런 여성의 힘은 초인간적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집안에서 살림하는 주부이자 어머니로서뿐만 아니라 하나의 기업을 이끌고
가는 어깨는 무겁기만 할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있는 지금 일하는 여성상을 남보다 앞서 심고
있는 그들의 강한의지를 진심으로 찬양하고 싶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그들을 따뜻한 눈길로 격려하고 도울 때 우리나라의
산업과 경제는 가일층 발전할 것이다.

신선한 치맛바람은 거세질수록 좋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