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옥과 희봉이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집안 사람들은 조씨와
가환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뻐해 마지 않았다.

조씨는 중들이 영험을 되살려준 통령보옥으로 인하여 보옥이나 희봉이
혹시 침대 밑의 비밀을 알아낼까 싶어 전전긍긍하였다.

침대 밑의 그 인형들을 조씨가 넣어두었다는 사실이 들통이라도 나면
조씨는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에 이를지도 몰랐다.

보옥이 죽어갈 때,조씨가 대부인을 위로해드린다고 한 말이 대부인의
심기를 크게 건드린 적이 있었다.

조씨는 대부인이 보옥의 수의를 만들고 하길래 이미 보옥의 죽음에
대해 마음 준비가 되어 있는줄 알고 이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람마다 정해진 운명이 있는 걸 어떡합니까? 이승의 사람들이 마음으로
도련님을 풀어주어야 도련님도 편하게 저승으로 가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대부인은 손수 만들고 있던 보옥의 수의를 집어던지며 조씨를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년아, 누가 너더러 그런 걱정까지 하라더냐.

우리 보옥이가 꼭 저승으로 가게 될 것처럼 말하는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느냐.

네년은 우리 보옥이가 죽었으면 좋겠지?

만약 보옥이가 죽게 되면 네년을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대부인은 마치 마도파와 조씨의 음모를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 눈을
부라렸다.

조씨는 속으로, 아이쿠 보옥 도령이 죽어도 문제겠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던 것이었다.

그런 중에 보옥이 다시 살아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조씨는 마음이
착잡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보옥과 희봉의 침대 밑에 들어가 있는 인형들을, 넣어둘 때와
마찬가지로 몰래 빼내어 오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행히 보옥과 희봉이 왕부인의 방에 함께 누워 있었으므로 그들의
침대에서 인형들을 빼내어 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조씨는 마도파의 저주가 중들의 도력을 이겨내지 못한 것을 보고
마도파에게 선금으로 지불한 은 오백냥을 돌려받을까 하였으나, 그렇게
하면 마도파가 어떤 수작을 벌일지 알 수 없었으므로 그 돈은 그냥
입막음용으로 포기하기로 하였다.

보옥과 희봉이 눈에 띄게 차도를 보이며 몸이 회복되어가자 대관원에
들어가 있는 여자들, 그러니까 이환, 영춘, 탐춘, 보채, 대옥 들은
모이기만 하면 보옥과 희봉에 대한 소식을 주고받으며 그 두 사람이 낫게
된 이유에 대해 토론을 벌이곤 하였다.

중들의 도력을 믿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은덕으로 낫게 되었다고 하고,
그런 것에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써온 약들이 이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