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유한섭회장(58)은 평사원으로 출발, 총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가장 역사가 오랜 신세계백화점의 최고경영인으로서
국내백화점의 선진화에 선봉역할을 해왔다.

또 가격파괴바람을 몰고온 가격할인점 E마트와 회원제창고형매장인
프라이스클럽을 설립하면서 국내유통업계의 변화를 주도.

''유통업계의 대부''로 통한다.

그가 백화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75년.

삼성물산 영업부장에서 신세계백화점 의류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이다.

영업이사(77년) 상무(78년) 전문(80년)을 거쳐 지난 83년 2월
대표이사사장에 올랐다.

신세계 백화점의 사령탑으로 회사를 이끌어온 그는 삼성그룹과의 분리가
발표된 이후 부회장(93년 2월)과 회장(96년 2월)으로 승진.

신세계의 그룹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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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시행 유통부장 ]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하면서 신세계의 독자그룹화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신세계투자금융과 해운대비치호텔 인수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이 특히 눈에 띕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의 신세계 비전은 무엇인지요.


"신세계는 삼성그룹 계열분리가 선포된 91년부터 독립경영을
시작했습니다.

92년에는 신세계 신창업을 선포하고 V40이라는 비전을 내놓았지요.

10년후 종합유통그룹으로 발돋움한다는게 우리의 중장기 목표입니다.

유통과 금융 레저 여행 무역 패션분야에 진출한다는게 당시 계획이었지요.

금융과 호텔 여행 무역 패션분야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02년에는 연간매출액 10조원에 달하는
종합유통그룹으로 무난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국내유통시장이 완전 개방됐습니다.

일부에서는 제2의 개항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국내유통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유통시장의 완전개방으로 국내유통업계는 전환기적 구조변혁기를
맞고 있습니다.

선진시스템으로 무장한 외국업체와의 경쟁에서 국내업체들이 대부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유통시장개방이 반드시 위기라고 할수만은
없습니다.

우리 유통업의 체질을 개선해 총체적인 발전을 도모할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운영등 질적 경쟁력을 갖추고 우수한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또 생활제안과 고객만족경영체제를 갖추고 중소업체들과 협력해 공동으로
대응할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차원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대책도 있어야 하겠지요"


-외국유통업과 국내유통업의 경쟁력차이를 어떻게 보는지요.


"유통업의 발달을 측정할때 흔히 그나라의 소매부문매출액에서 대형점포와
체인점포의 매출구성비로 가늠하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독립영세소매점의 매출비중이 85%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높습니다.

대형점포와 체인점포의 매출구성비가 50%를 넘어야 유통선진국이라 할수
있습니다.

외국유통업체는 막강한 자본과 첨단시스템, 저비용매입능력 등
선진유통노하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할인점분야에서 아직 걸음마단계인 국내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절대우위를
확보하고 있지요.

그러나 우리의 문화관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국내합작선과의
융화문제도 쉽지 않다는 단점도 갖고있어 국내유통업체들이 약점보완에
힘쓴다면 한번 겨뤄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세계백화점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회원제창고형클럽이나 가격할인점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통신업태에 진출한 계기가 무엇인지요.


"국내유통업은 규모가 영세한데다 무자료거래가 많습니다.

가격결정권을 메이커에서 갖고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의식구조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지 못하는 스타일이지요.

유통업 구조를 혁신하고 외국업체와 싸워 이길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업태참여가 불가피하다고 봤습니다.

5, 6년 전부터 신업태를 연구하기 시작했지요.

미국의 월마트와 프라이스클럽등 여러곳을 둘러보고 연구작업도 많이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를 집약해 만든 것이 가격할인점 E마트이고
외국기술을 도입한 것이 프라이스클럽입니다"


-가격할인점과 회원제창고형클럽이 유통신업태로 국내에 가격파괴바람을
일으키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문과는 달리 가격할인점의 수익성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얘기도 많은데요.


"몇몇 점포만 운영해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든게 신업태입니다.

대표적인 박리다매업종이 가격할인점이나 회원제창고형 매장이지요.

어차피 발을 들여놓은 이상 계속 점포를 늘려야 수익을 높일수 있지요.

문제는 국내지가가 너무 높아 점포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경우 넓은 땅에 허름한 단층건물을 차려놓고 빈 땅을 주차장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초기투자비용이 매우 적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땅값이 비싸 지하3,4층을 파야 하고 건물도 높이 지어야
하지요.

그만큼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요.

다점포화는 투자비용부담이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체인업체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도 신업태에
뛰어드느라 야단법석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는 장인정신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것이 잘된다고 소문이 나면 너 나 할것없이 뛰어드는게 우리의
실정입니다.

제조업체 건설업체들도 유통업에 뛰어들고 있지요.

기업이 갖고있는 전문성을 살려나가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기는
것 아닙니까.

유통신업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통노하우와 철저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게 필요합니다.

재고와 로스를 줄이고 철저한 단품관리로 판매회전율을 높여야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지요.

잘못하다가는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지는 것"이 신업태입니다"


-신세계가 중국 상해에 백화점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국내백화점으로는 외국 첫 진출이라는 의미가 있는데요.

중국에 진출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상해점 오픈은 지난 90년대들어 시작된 국제화노력의 결실이지요.

91년부터 홍콩 LA 파리등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세계적인 정보망을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홍콩지사에서 중국시장개척이라는 성과를 가져온 셈이지요.

이제 백화점매장도 글로벌화 해야 합니다.

국내백화점에도 외국의 제품들이 들어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시장을 등한시할 때만은 아닙니다.

신세계 상해점에서는 거의 대부분 한국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백화점의 외국진출은 우리상품의 수출과 직결됩니다.

또 해외여행을 하는 우리나라사람들이 미스코시 야오한등 외국백화점에
가지 않고 한국백화점에서 물건을 살수 있지요"


-앞으로도 계속 외국에 점포를 낼 계획입니까.


"시장성이 있다면 물론 외국점포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현재로는 북경과 대련지역에 백화점을 내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롯데백화점보다 매출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쟁만을 해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매출액에서 롯데를 추월한다는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직원들에게 매출경쟁을 벌이지 말라고 말하고 있지요.

우리는 앞으로 백화점이라기 보다는 종합유통그룹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할인점과 전문점 단체급식 무역 호텔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백화점들이 고급화를 지향하면서 외국의 고가품을 들여다 판매하는데
몰두하고있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신세계는 지난해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중 고가수입품으로 볼수있는 것은 20억~30억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수입품판매로 얼마나 이익을 볼수 있겠습니까.

신세계는 수입원가의 2.8~2.9배 수준에서 판매가격을 정합니다.

세금과 수입관련비용, 판매관리비 등을 빼고나면 남는게 거의 없지요.

우리가 외국패션의류같은 고가제품을 수입판매하는 것은 경제와 정치뿐만
아니라 패션도 세계화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외국유명브랜드를 소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백화점을 경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는지요.


"자동차나 조선같은 제조업분야는 국가산업이고 패션은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할때 가장 힘들지요.

대기업이 외국고가브랜드 제품을 들여다 팔기나 한다고 비난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판매하고있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경우 문화와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외국사람들은 어느 자리에서나 패션얘기를 많이 하는데 때때로 "당신네
나라에도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이 있는가"를 물어봅니다.

이같은 브랜드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없다고 대답하면 이들로부터
문화적으로 멸시를 받기도 합니다.

외국의 패션전문가들은 한국에 들를때마다 신세계사람들을 만나려
애씁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전문매장을 신세계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세계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전문매장은 디자인이나 시설에서 세계
어느점포보다 앞서있습니다.

세계적인 유명브랜드제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은 민간문화외교입니다"


< 정리=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