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가 아니라는" 침대위에서 잠을 깨어 "고름우유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우유를 마시고 "강자가 더 강해진" 자동차를 타고 출근한다.

부장의 눈총을 등뒤로 "또 밤새?"라고 재촉하는 여자친구를 "걱정마
펜티엄이 있잖아"라고 달래노라면 "잘익은 맥주" 생각이 난다.

현대인은 광고속에서 살아간다.

TV 신문 잡지등은 물론 출근길 버스속이나 빌딩위에서 번쩍이는 네온사인도
광고에서 도망갈 틈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광고의 홍수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문단속냉장고" 캠페인광고는
동화처럼 깔끔한 크리에이티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영악스런 모델 대신 호박 물고기 김치 병아리 등 생활주변의 사물들을
등장시켜 익살스러운 웃음과 함께 절로 마음이 편해지는 여유를 준다.

독립광고대행사인 웰컴이 진행하는 "문단속냉장고" CF는 이번이 세번째다.

소재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가 "식품의 신선도를 떨어뜨리고
전기료만 많이 내게 만든다"는 냉장고의 틈을 없앴다는 제품의 특징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1탄은 "천당가는 물고기" "병아리의 원망" "불타는 냉장고" 등 웰컴이
삼성전자의 냉장고광고를 맡은뒤 처음 선보인 것들로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
하려면 틈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2탄은 "문단속냉장고 월드베스트"편으로 냉장실과 냉동실을 아예 통째로
만들어 "돈(전기료)"이 빠져나갈 틈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부터 전개하고 있는 3탄은 아예 냉장실과 냉동실의 냉각을 따로따로
하고 있다는 제품의 컨셉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주제도 "독립만세"로
잡았다.

웰컴 특유의 유머에다 최근 일본의 독도망언으로 구겨진 우리국민의 자존심
문제까지 편승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Baby) 동물(Beast) 미녀(Beauty) 3B를 모델로 쓰면 광고가 실패
하지 않는다"는게 정설이지만 호박 당근 물고기 등도 그에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웰컴 황영희차장은 "단발성 광고보다는 뚜렷한 전략과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캠페인전략이 판매로
연결된다는게 우리회사의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