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관한 이야기가 최초로 서양에 소개된것은 지금으로부터 328년전인
1668년의 일이다.

이 해에 하멜의 이름으로 된 "스패로 오크의 난파일기"가 암스테르담에서
50쪽밖에 안되는 책으로 출간됐다.

하멜이 귀국하기도 전에 이 책을 동시에 출판한 세개의 출판사는 "코레라는
작은 나라와 그곳에 사는 야만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선전에
열을 올렸다.

심지어 조선에는 코끼리와 악어가 서식하고 있다는 식의 날조된 황당무계한
내용이었지만 말이다.

정작 하멜이 쓴 모험담과 조선왕국견문록의 정본으 헤이그대학에 묻혀
있다가 1920년에야 출간됐다.

그러나 13년이나 조선에 체류했던 하멜도 조선이나 조선인을 제대로 본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조선사람들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과 남을 속이고 거짓말 하기를 떡먹듯
하기 때문에 도무지 신용할 수가 없다.

그들 사이에서는 사기가 조금도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멜표류기"의
"견문록"에 나오는 이런류의 이야기는 그가 조선인을 얼마나 제대로 보고
판단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한다.

그로부터 200여년이 지난뒤에도 서양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야만인"의 차원을 크게 뛰어넘자 못했다.

1894년부터 네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국과 그이웃
나라들에서 서울을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도시" "세상에서 가장 냄새나는
도시"라면서 수도 서울의 불결함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적었다.

그는 또 조선의 관리는 모두 탐관오리뿐이라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모두한국이 지구상에 어느 구석에 박혀 있는지도 모를때인 옛날이야기들
이라고 흘려버리면 그만인지 몰라도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개선됐다는 요즘도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면이
더 강하다.

93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응답자의 30%가 한국에 대해 "무관심",
유럽인의 33%가 "잘 모른다"고 했을만큼 인지도가 약하고 한국하면
"한국전쟁" "구테타" "데모" 등을 떠올린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돼
있다.

아직도 한국문화는 중국이나 일본문화의 아류로 여기고 있다는데 이르면
한국정부는 그동안 무얼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마져 든다.

문화체육부가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대상을 선정해 이를
시각디자인화로고화하는 CI(Coporate Identity)작업에 착수한다.

해외에 한국과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국가 이미지메이킹작업의 하나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니라 "내실"이겠지만 이런 작업도
세계화의 한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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