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길에 함께 간 친구가 갑자기 쓰러지고, 또는 한밤중에 아이가
차속에서 심하게 멀미를 하는 등 갑자기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누구나 당황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민간요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지침의 활용법을 배워보고자 모이기
시작한 것이 "다살이"다.

"수지침"은 다섯손가락을 활짝 펼친 모양이 마치 드러누워 두발을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과 닮아 인체의 장기와 손의 각부위가 "기"로써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민간요법으로 이 응급조치법은
오랫동안 민간에서 이어져온 생활의 지혜를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여하튼 어렵게만 생각했던 수지침 요법은 엄춘자 강사의 시원스런 강의
덕분에 회원 모두가 쉽사리 친근감을 갖게 되었고 강사의 시범이 있을때면
우리 회원들의 손에는 땀이 절로 베었다.

누가 말했던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평소 소화기관이 좋지 않던 아들이 어느날 저녁식사후 복통을 호소하였다.

너무 밤늦은 시간이었고 인근에 병원도 없던터라 당황하던 필자는 서투른
손짓으로 지금껏 열심히 배운 수지침으로 응급조치를 하였다.

필자의 솜씨가 좀 있었던지 다행히도 아들은 고통이 다소 누그러진듯 했고
다음날 아침 병원에서도 가벼운 처방만을 지시했다.

"수지침"이 바로 이런거구나!

다시금 우리의 전통 민간요법에 고개가 연해졌다.

열심히 강의를 듣는 회원들을 보면 서로의 지친 직장생활을 심저그로나마
치료하고 푼 인간의 마음은 서로 다를 것이 없나 보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다살이"는 수지침이외에도 각부서의 분위기 업무내용 정보 등을
교환하고 서로 침목을 도모하고 있어 더욱 정겹다.

실습시간이 되면 아직은 당황하고 서투른 풋내기 모임이지만 우리
"다살이"는 수지침이외에도 통적으로 내려오는 민간요법들을 연구하기도
하는 억샌 새내기 모임이다.

과다한 업무에도 일과시간이 나면 어김없이 열심히 참석하는 소비자보호부
사원들, 신비한 민간요법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탁하는 보험금부
사원들, 솔선수범해서 실험(?)의 대상이 되겠다고 나서는 이진일 사원,
어렸을때 부터 수지침과 민간요법에 관심이 많아 이 모임을 만들자고
주장해온 김영희씨, 가끔씩 간식을 잊지 않고 다과를 준비해 회원들에게
인기가 높은 총무 이수련씨 등 여러 회원들이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진지함과 웃음으로 어우러진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