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조선총독부의 "조선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됐었고 62년에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재지정된 문화재(503건)의 재평가작업에 나섰다 한다.

이 재평가작업은 우리 문화유산에 남아있는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세우겠다는 의지로서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간 우리 전문가들은 이들 문화재중에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문헌인
월인천강지곡이 국보가 아니라 보물로 지정돼 있다든지 구총등 일본식
표기가 남아 있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해방 5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리 문화재의 재평가작업이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문화재 재평가작업중 일부 전문가가 국보1호는 우리문화를 대표
하는 가장 상징적인 문화재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현재 국보1호는 서울의 남대문(숭예문)이다.

남대문이 국보1호가 된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조선초독부가 남대문을 제일 먼저 조사하면서 조사순위에 따라
"1호"라는 분류번호를 부여했을 뿐이고 국보2호는 서울 파고다공원의
원각사십치석탑, 3호는 북한산 신라진흥왕순수비(국립박물관 소재) 등으로
분류번호를 매겼었다.

따라서 분류번호는 문화재의 순위를 정한 것이아니고 또 정할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국보1호는 단순한 분류번호 이상의 상징성을
갖고 있으므로 재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가령 남대문은 조선조초인 1395년에 기공해 1398년에 낙성된 것이지만
석굴암(국보24호)은 신라시대의 예술을 대표할 만한 것으로서 시기적으로도
앞설 뿐 아니라 예술적가치도 뛰어나며 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석굴암을 추천하고 있다.

그 밖에 국보1호로 "경복궁" "창덕궁"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이
추천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국보1호가 중시되는 것은 "우리사회의 1등주의풍조에 영향받은
사고"라는 반론이나 국보1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놓고 국보1호가 다른
국보보다 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말 할것이냐"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체부는 국보1호 재지정문제에 관해 조급한 결정을 내리지 말고 전문가와
일반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2일자).